서글픈 것은 이 무덤 속에 들어가는 한국 기업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이러한 추세가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4년까지 한때 20%에 육박하던 삼성의 스마트폰 중국 시장 점유율이 1%도 안된다. 시장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화장품도 이와 유사한 케이스다. 중국의 화장품 굴기가 가시화되면서 한국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밀리니 모두가 동남아로 타깃을 옮겨간다.
급기야 자동차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2017년 이후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더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현대차가 17년 만에 베이징 1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이 공장 직원 2500 명을 우선 감원한다. 가동률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왜 이 지경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하는 점이다. 대조적으로 경쟁자인 일본차가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을 보면 더 뼈아프다. 또한 2∼3년 전까지만 해도 잘나갈 것으로 오판하여 중국 내 공장 증설을 서둘렀다는 것도 아픈 대목이다. 아무리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잘 나간다고 하지만 언젠가 브레이크가 걸리기 마련이다. 급기야 작년 중국의 신차 시장이 28년 만에 2.8% 하락하였다. 경기 하강에도 원인이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생애 첫 신차 구매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올 것이 온 것이다.
밀린다고 도망만 가는 것이 최선책이 아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새로운 중국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 년간 중국의 제조업은 한국 따라잡기에 모든 승부수를 던졌다. 제조업 강국을 기치로 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도 일차적 추월 대상인 한국 제조업을 뛰어넘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목표는 달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우리는 중국 시장을 장밋빛으로만 보고, 중국에만 들어가면 노다지를 캘 수 있다는 막연한 동경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소위 내놓으라 하는 아마추어 중국 전문가들이 이를 호도한 것이다. 지금 그들이 다 어디에 숨어있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면 살아날 구멍이 생겨날 수 있다. 중국 경제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수출과 투자에서 내수와 개방 확대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 주력 산업의 중국 시장 후퇴는 국내 경기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기도 하다. 안팎에서 급습하고 있는 이 거대한 쓰나미를 어떻게 치고 나가야 하나. 위기를 기회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화답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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