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장관이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2017년 11월 중소벤처기업부에 취임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1년 4개월여 만에 퇴장했다. '이론에는 강하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학자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한계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후보자 내정 소식에 중소기업‧벤처‧소상공인업계는 잇따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성 최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경제 3불(거래 불공정‧시장 불균형‧제도 불합리) 해소에 기여했다"며 높이 평가했고, 벤처기업협회도 "혁신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두지휘할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홍 장관, 아는 이론만큼 실적 못 냈다
업계 환영 입장은 그동한 홍 장관에게 노출하지 못했던 불만과 아쉬움의 또 다른 표현으로 해석된다.
홍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소득주도성장론과 ‘서민지갑 빵빵론’ 전도사로 활동하는 한편, 오픈이노베이션 등 혁신을 위한 이론을 설파해 왔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현장은 죽겠다는 아우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는 76.3을 기록, 2015년 2월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달에는 86.6으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업계 "가장 아쉬운 점은 소통 부족"
홍 장관은 취임 이후부터 올해까지 '소통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며 사상 첫 총궐기를 개최한 소상공인연합회는 물론이고 중소기업계, 벤처업계는 홍 장관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홍 장관이 항상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같긴 한데, 알맹이가 없었다. 토론회나 간담회를 해도 성과가 나오질 않으니 이야기가 잘 됐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과는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중기부는 지난해 1월과 4월 유관기관 홍보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홍보전략회의를 개최하고 홍보 지침을 하달했다. 전략회의 이후 유관기관들은 홍보 및 광고 시행계획 등을 중기부에 사전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중기부는 비합리적인 처사로 유관기관의 빈축을 샀고, ‘언론 길들이기’라는 의혹으로 출입기자들과 소원해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중소기업학회장)는 "홍 장관의 아쉬움은 소통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소상공인 등 복잡한 문제에 있어 주무부처와 장관이 소통에 앞장섰다면 최저임금 문제가 이렇게까지 정부에 부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닻 올린 박영선호(號), 중기부 위상 높일 수 있을까
중기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부처다. 청에서 부로 승격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을 외면한 정책 추진으로 존재감마저 약해졌다.
올해 최저임금 10.9% 인상 결정에 업계는 차등화를 요구했고, 홍 장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서도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중기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중기부 대신 국회나 청와대에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자영업자 대책을 홍 장관이 아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게 질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익명을 요구한 A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하는 수많은 정책 사업에 참여하고 싶지만, 가점 기준 등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중소기업임에도 역차별을 당했다"며 "새로 오는 박영선 후보자가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정책을 합리적으로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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