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동결 기조를 재확인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깜짝 부양책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경제 둔화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 긴축 '동작 그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하고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중단을 위한 세부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보유자산 축소는 연준이 2017년 10월부터 만기가 된 채권을 다시 사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실시한 ‘양적긴축’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2015년 말부터 시작된 연준의 대표적인 두 가지 긴축 정책인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가 모두 중단되는 셈이다.
ECB는 신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에 대응하고 나섰다. ECB는 7일 통화정책회의 후 9월부터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은행을 상대로 싼 이자에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ECB가 지난해 말로 양적완화를 중단한 지 3개월도 안돼 다시 경기 부양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또 ECB는 최소 올해 말까지 정책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만 해도 ECB가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을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태도 변화다.
오는 14~15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일본은행의 경우 현행 통화정책의 동결이 예상되지만 추가부양책을 요구하는 정책위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급격한 경기 둔화에 직면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네 차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면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하고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으며, 호주 중앙은행도 5일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하고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세계 경제 둔화 신호 선명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변신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경기 둔화 추세가 선명해지면서 나온 것이다.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3%로 제시하면서 지난해 11월 당시에 비해 0.2%포인트 낮췄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요인으로 중국과 유로존의 경기 둔화,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추가적인 통상갈등 등을 꼽았다.
비교적 호조를 이어가던 미국 경제에서도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특히 8일 파월 의장의 발언 직전에 발표된 미국의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는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부채질했다. 미국 노동부는 8일 지난 2월 비농업 부문에서 신규 일자리가 2만개 생겼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18만5000개에 턱없이 못 미친 결과이자, 허리케인 여파로 신규고용이 저조했던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실업률은 3.8%로 하락하면서 과도한 비관론을 차단했으나 일반적으로 신규 일자리 감소는 성장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과 유럽의 경제 둔화는 더 두드러진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6~6.5%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보호무역주의와 브렉시트 등 경기 하방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제조업 체감경기도 2년여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IHS마킷과 JP모건이 집계한 올해 2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을 기록했다. 50을 기점으로 그 위면 경기 확장을, 그 아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간신히 확장을 가리키긴 했으나 2016년 6월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일단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이 경기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플로리언 헨스 베렌버그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앙은행들의 정책 선회는 글로벌 경제를 다시 확장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중대 요소 중 하나"라면서 "과도한 긴축으로 인한 위험을 일단 배제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