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논란 故박선욱 간호사 산재 인정, 대형병원 경종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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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03-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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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도 높은 업무, 태움, 부족한 인력 등은 다수 병원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황재희 기자, jhhwang@ajunews.com]

지난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박선욱 간호사가 산재로 인정되면서 대형병원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를 지난 7일 공식인정했다. 유족이 산재신청 한지 1년 만이다.

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고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이지 못한 정신 상태에서 스스로 자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위중한 생명을 다루는 중환자실 특성상 간호사 실수는 생명과 직관돼 항상 정신적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위원회는 박 간호사가 짧은 교육기간 등으로 업무가 미숙한 상태에서 중환자실 교육과정과 긴박한 업무수행이 고인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간호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 직장 내에서 적절한 교육체계 개편이나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기 학습과정에서 일상적인 업무내용을 초과하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점도 근거로 인정했다.

앞서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규간호사로 입사 후 6개월 만에 사망한 것으로, 태움 등 업무상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간호계 고질적 악습인 ‘태움’도 연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위원회가 태움을 곧 산재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간호계에서는 태움의 근본적인 원인을 신규간호사 교육체계 문제와 과중한 업무 등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위 빅5병원이라고 불리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사건이 발생하면서 향후 병원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간호계 문제는 다수 병원이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서울의료원에서도 간호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2016년에는 전남대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소중한 결과를 더 큰 투쟁의 밑거름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은 고인과 유족, 수많은 간호사와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포함해 모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영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간호사는 “이번 박선욱 간호사 산재판정으로 모든 병원이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데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박선욱 간호사 사망 이후 직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교육체계 개선과 근무여건 개선 등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프리셉터 교육 인력도 100명이상 늘리는 등 자체적으로 인력증원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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