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시장이 호황을 더 이어가는 듯했다. 20여개 나라 주가지수가 1년 전 역사적인 신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S&P500만 보아도 사상 가장 긴 강세를 이어갔다.
모두가 알다시피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흐름을 뒤집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 수익률은 결국 2018년 -12.7%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도 나란히 두 자릿수 손실을 보았다.
올해는 또 다르다. 미·중 무역분쟁이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새해 들어 커졌다. 세계 주식시장이 반짝 랠리를 펼쳤던 이유다.
문제는 장기적인 호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쁜 경기지표가 속속 나오기 시작하자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가지수가 요동치고 있는 이유다.
11일 본지가 만난 신동승 한국펀드평가 대표에게 이럴 때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다짜고짜 물었다. 한국펀드평가는 날마다 펀드에 점수를 매기는 국내 1위 펀드평가사다.
그는 베트남펀드와 러시아펀드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고수답게 이유는 명쾌하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꺾이는 마당에도 차별적인 성장률을 보여줄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고성장·러시아 유가상승 주목
베트남은 2018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7%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다시 뛰는 유가 덕분에 주가지수뿐 아니라 국가 신용등급까지 오르고 있다.
먼저 베트남펀드를 보면 올해 들어 수익률이 9%에 가깝다. 펀드시장 불황에도 베트남펀드에는 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애초 베트남 정부가 잡았던 2018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6.5~6.7%였다. 이에 비해 실제 성장률은 7.08%로 훨씬 높았다. 재정건전성 역시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베트남 외환보유액은 약 5년 만에 1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늘었다. 무역흑자는 2018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에도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아세안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표적인 러시아 주가지수인 RTS는 올해 들어 8일까지 1066.13에서 1179.58로 11% 가까이 올랐다. 이 지수에서 에너지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유가가 지수를 쥐락펴락해온 이유다.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같은 기간 45.41 달러에서 56.07 달러로 23% 넘게 뛰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제각기 22%와 24%가량 올랐다.
신동승 대표는 러시아에 대해 "유가가 2월부터는 강보합권에 머물렀지만, RTS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채무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올해 들어 80%까지 개선됐다"며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점도 투자 매력도를 높여주었다"고 덧붙였다.
◆패시브 상품 강세 더 이어질 것
펀드시장을 전체적으로 보면 유망주를 찾아서 담는 액티브펀드보다 주가지수를 좇는 패시브펀드가 강세를 이어가겠다. 이미 패시브펀드는 2017년부터 액티브펀드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를 이끈 것은 상장지수펀드(ETF)다. ETF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물론 액티브펀드가 이름값을 못한 영향도 크다. 번번이 주가지수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놓는 바람에 믿음을 잃었다.
신동승 대표는 "전문 사모시장까지 커지면서 공모형 액티브펀드가 더욱 위축됐다"며 "올해에는 사모펀드 자산운용사를 더욱 쉽게 만들 수 있어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만 굴리는 자산운용사를 세울 수 있는 자기자본 기준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그는 "사모펀드는 투자자 입맛에 맞추어 운용전략을 짜기 때문에 큰손에게 인기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공모형 펀드시장은 패시브 상품인 ETF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평가사는 나침반 제공해야
펀드 구조가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펀드평가사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제때 성과와 위험을 분석하지 않는다면 낭패를 피하기 어렵다.
신동승 대표는 "펀드평가사가 자본시장에서 해야 할 역할은 올바른 투자를 위한 나침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펀드평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이 1위로 꼽는 펀드평가사다. 연기금 부문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르고, 위탁 규모는 300조원에 달한다.
한국펀드평가는 연기금을 대상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목표수익률을 설정할 수 있게 돕는다. 성과·위험관리뿐 아니라 전반적인 자산운용 부수업무도 지원한다. 자산운용시스템을 구축할 때 필요한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년 전에는 전문적인 자산배분·성과분석 솔루션인 케이스톡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그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에 대한 평가를 더욱 강화해 투자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동시에 펀드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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