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 공조한 여야 4당과 한국당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71일 만에 어렵게 문을 연 3월 임시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암초에 부딪혔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12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과 충돌하면서다. <관련기사 6면>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비판하며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고도 했다.
여야 4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제안(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합의했으나, ‘연동 수준’을 놓고 여당과 야 3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회동해 선거제 개혁안을 놓고 논의했다.
회동에는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 김종민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 김성식 의원,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참석했다.
김종민 의원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은 준연동형에 대해 부정적이고, 다른 두 당(평화당·정의당)은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는 (바른미래당이) 준연동형에 대해 검토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아서 얘기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선거제 개혁안을 고리로 한 여야 4당의 공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나 원내대표의 연설로 인해 한국당은 더더욱 고립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은 한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격앙된 어조로 나 원내대표를 규탄했다.
청와대도 즉각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러한 대치 국면이 지속된다면 3월 임시국회도 ‘빈손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4당 간에 다소 이견은 있지만 이번 나 원내대표의 발언 논란으로 패스트 트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야 4당 지도부들끼리 패스트 트랙에 올릴 명분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한국당이 오히려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라며 “이번 주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도 내다봤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 트랙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면서 ‘의원직 총사퇴 후 조기 총선’ 카드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의 위헌 소지까지 거론하고 나선 상태다.
한국당 정개특위 위원인 정유섭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여야 4당이 선거법을 패스트 트랙에 태운다면 의원직 총사퇴를 할 실제 계획이 있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나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니 저희들이 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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