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달러화를 무기로 본격적인 환율전쟁을 벌인다면 우리가 쓸 만한 카드는 있을까.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프랑스 나티식스 아태지역 수석연구원은 13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 2019)'에서 "미국은 달러를 무기화할 준비를 마쳤다"며 "가능성이 커진 환율전쟁에 맞설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보호무역주의 공식에 환율전쟁도 반영되었나'이었다. 그가 속한 나티식스는 프랑스 자산운용사다.
헤레로 연구원은 "환율전쟁이 시작되고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달러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신중하지 못한 방법으로 달러를 무기화할 수도 있다"며 "길게 보았을 때에는 미국에도 나쁜 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환율조작을 문제로 삼고 있는 나라도 많다. 독일과 일본, 인도, 중국, 스위스,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가 미국 재무부에서 실시하는 모니터링 목록에 들어가 있다.
미국이 환율조작으로 보는 기준 자체가 일방적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대미무역 흑자가 기준에 들어가 있다.
미‧중 무역분쟁 역시 환율전쟁을 포함하고 있다. 헤레로 연구원은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상을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유로화 환율조작 혐의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환율조작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점진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헤레로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중국이 꺼낼 카드는 많지 않다"며 "중국이 미국채 보유량을 줄이더라도 미국채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원하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물론 환율전쟁에 일찌감치 대비해왔다. 달러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결제통화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도 중국 위안화가 단기간에 기축통화군에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로화도 마찬가지다. 유로존에서 번번이 재정위기 가능성이 대두돼왔다. 헤레로 연구원은 "유로화가 현재 사용 범위나 규모 이상으로 영역을 넓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럽연합 집행위는 유로화 역할을 확대하려고 노력해왔다. 헤레로 연구원은 "유럽연합은 자본시장과 은행 연합을 추진하고 있고, 양호한 유로화 자산을 충분하게 공급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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