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본지와 만난 정연미 패브릭타임 대표는 우수한 한국산 원단을 세계에 유통시키고 싶다며 이처럼 말했다.
정 대표는 동대문시장 원단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해외로 수출하는 원단 판매 플랫폼 스타트업 '패브릭타임'을 이끌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52개국 디자이너들에게 원단을 공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스와치박스를 보냈을 때 본주문으로의 전환율도 높다"고 말했다.
패브릭타임은 최근 개성 있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정조준했다. 원단산업은 발주를 넣고, 스와치박스를 만들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모든 과정이 노동집약적이다. 이러한 특성상 10야드씩 소량 구매하든 100야드, 1000야드 등 대량 구매를 하든 같은 비용이 들어간다. 소량 주문이 어려워 신진 브랜드는 마땅한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를 정보통신(IT)기술로 풀어내 틈새시장을 잡았다.
정 대표는 "지난해 개발한 스와치박스 제작 프로세스는 비용을 기존 대비 9분의1로 줄였고, 본주문 처리 과정도 자동화해 비용을 7분의1로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해 원단의 색상, 종류 등을 구분하는 원단 분류 검색 기술과 디자이너들이 이미지를 보낼 때 이를 DB에 있는 원단과 매치시키는 원단 이미지 검색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17만개의 DB에서 개인의 수요에 맞는 원단을 추천하는 개인화 추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직원 중 3분의1이 개발자일 정도다.
패브릭타임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정 대표는 다소 마음이 급하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동대문이 침체되는 상황"이라며 "바로 얼마 전 원단 샘플을 받은 매장으로 주문이 들어와서 연락을 해보면 그 사이에 문을 닫았다는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 대표는 "'한국산 원단' 하면 다들 알 만큼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인데 저렴한 중국산 원단에 밀려 산업이 사라지고 있다"며 "1, 2년 내로 패브릭타임이 동대문 원단 업체들에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어 낸다고 할 만큼 성장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패브릭타임은 올해 본격적인 성과를 노리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20년까지 원단분류 AI, 원단검색 AI, 개인추천 기술 개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공장과도 연계해 해외로 수출하며 한국 원단의 우수성을 알리는 플랫폼으로 커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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