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17일 '한국 제조업의 발전잠재력과 구조전환 방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치열한 국제 경쟁구조에서 과거와 같은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선도형 전략으로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은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이 35%를 상회하지만 한국은 30%를 하회하고 있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내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면서 주요 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도 최근 정체다. 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체 제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 20여년간 3%대에 머물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주력산업은 질적 고도화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진출 등 양적 확대에 주력했으며 여전히 선진국과의 기술, 품질 경쟁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 제한된 내수시장, 인력수급 애로, 낮은 생산성이 국내 생산조건을 악화시켰다.
특히 제조업이 일부 주력상품과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변동에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특정 업체의 경영전략이나 수익성이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기기는 시장 차별화와 공급 구조상의 우위에 의해 아직 경쟁 강도가 약한 편이지만 자동차, 기계, 철강, 화학은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하드웨어나 제조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융합 역량이 미흡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성장전략을 기존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첨단소재, 핵심부품, 주요장비 등 산업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요 산업의 생산을 위한 중간투입에서 국산 비율이 54%에 불과하며 특히 반도체는 27%, 디스플레이는 45%로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정은미 박사는 "제조업의 구조전환은 성숙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소극적 목표가 아니라 구조재편이라는 적극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시장실패에만 개입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벗어나, 기업들이 투자를 회피하거나 주저하는 리스크가 큰 기술과 프로젝트에 선제적 투자를 함으로써 미래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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