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 합병 논의...유럽 금융 공룡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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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3-1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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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이어 3년 만에 합병 논의 재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가 합병을 위한 공식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유럽 최대 규모의 금융 공룡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나는 그동안 독일과 유럽 은행 부문의 통합을 중요한 주제로 강조했다"며 관련 평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코메르츠방크와의 합병 논의가 개시됐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 발표문에서도 도이체방크는 "코메르츠방크와의 협상을 확인했으나 거래 성사에 대한 확실성은 없다"고 밝혔다. 코메르츠방크도 "두 은행이 합병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합병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두 회사 중 도이체방크가 규모 면에서 큰 만큼 인수 업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독일 DZ은행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코흐에 따르면 이번 인수가 진행될 경우 주주로부터 약 80억 유로를 조달하거나 DWS 그룹의 자산 관리 사업 등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49년 역사의 두 은행이 합병한다면 약 1조8100억 유로(2조 1500 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 은행 규모에 맞먹는 것으로,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대출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외국 은행과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는 '내셔널 챔피언'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양 사가 합병을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에도 당시 소매 부문 책임자였던 제빙 CEO가 협상 당사자로 나서 마틴 질케 코메르츠방크 CEO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무산돼 각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은행이 약 1600개에 달하는 등 경쟁이 치열한 독일 시장에서 두 은행은 최근 몇 년간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 문제에 당면해왔다. 당초 약 250억 유로의 시장 가치를 갖고 있지만 주식 변동성으로 인해 고점 대비 90%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메르츠방크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받은 후 독일 정부가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거래 및 투자은행 업무에 의존해왔지만 최근 미국 은행에 시장 점유율을 내준 상태다. 다른 라이벌들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은 탓에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두 은행이 외국 경쟁사에 흡수되기보다는 독일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합병하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촉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계가 합병으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는 데다 두 은행의 주주들의 찬성 여부도 불투명해 합병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협상과 관련해 자세한 윤곽은 내달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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