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용해 사리사욕만 채우는 이니셔티브(일대일로)을 밀어부치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리대사>
"한 회원국이 기타 회원국이 제안한 건설적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하며 협상 분위기를 깨뜨리고 있다."<유엔 주재 중국 차석대사>
미국과 중국 양국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놓고 충돌했다고 홍콩 명보 등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유엔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 활동기한을 1년 연장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계획이었다. UNAMA는 아프간의 안정과 평화 사회 구축을 돕기 위해 2002년 3월에 설립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조나단 코언 유엔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협박 수단을 동원해 자국의 정치를 최우선으로 두려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일대일로엔 부패, 투명성 결핍 등과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며 "중국은 평화와 안전에 중점을 둬야지 사리사욕을 채우는 이니셔티브를 부적절하게 밀어부쳐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우하이타이오(吳海濤)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코언 대리대사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우 차석대사는 "일대일로는 각국간 공동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지정학적 문제와 관련이 없다"며 "일대일로는 아프간 복구 공정에 부합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회원 중 하나가 건설적 의견을 받아들이길 완강히 거부하며 협상 분위기를 해치고 있어서 실질적 내용과 관련해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는 '반쪽'짜리 결의안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결의안에는 일대일로 협력이라는 단어가 빠졌고, UNAMA 활동기한도 기존의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AFP는 미중간 갈등으로 결국 임시 과도기적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간 갈등으로 반쪽짜리 결의안이 나온 것에 대해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주재 독일 대사는 유감을 표명하며 "미·중간 갈등은 근본적으로 평화유지 임무와 관련이 없음"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각 회원국이 6개월내 갈등을 해소하길 바란다고도 호소했다.
사실 2016년부터 유엔 안보리 아프간 관련 결의에는 줄곧 '일대일로' 협력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공동 경제 협력을 제창하는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가 아프간 재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미·중간 갈등 고조 속에 이번 사태는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커진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왕이웨이(王意桅)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명보를 통해 "미국이 이같은 태도는 일대일로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아프간 철군 이후 현지 안정 문제를 우려해 온 미국으로서는 일대일로에 기반한 경제발전을 통해 아프간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중국이 '중동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여겨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현지 경제 발전과 안정 뿐만 아니라 해저 광캐이블, 차세대 이동통신 5G 등 전략적 인프라 설비로까지 영향력을 뻗어나가자 반대 입장으로 급선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인훙(時殷弘) 국무원 참사는 미·중간 전면적 힘겨루기 속에서 일대일로 공격은 미국의 대중 압박정책의 중요한 한부분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력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1~24일 이탈리아 방문기간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라고 앞서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을 통해 양국간 일대일로 MOU 초안도 이미 공개됐다. 여기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 사업을 하고, 도로와 철도, 교량, 민간항공, 항만, 에너지, 통신 등 이해를 공유하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전략적,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신식민주의 구상이다, 참여국을 빚더미에 앉게 하는 부채 함정 외교’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이탈리아가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고 경계 목소리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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