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영원한 1등은 없다(上)] ‘업계 1위’ 악재가 ‘2위’엔 호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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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03-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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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양 제낀 농심…오뚜기는 '신라면' 틈새공략으로 2위 도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농심 신라면, 삼양식품 삼양라면, 오뚜기 진라면 [아주경제 그래픽팀]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라면시장 1위는 ‘삼양식품’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1989년 공업용 소기름(우지)을 사용했다는 ‘우지파동’ 사건과 무리한 사업 확장, 외환위기 등으로 연달아 타격을 입으면서 점유율은 곤두박질을 쳤고, 이는 곧 농심이 시장을 탈환하는 기회가 됐다.

농심은 1990년 처음으로 매출액 3000억원을 넘겼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 이상 신장한 수치다. 시장점유율은 2.3%포인트가 증가한 62.9%에 이르렀다. 2019년에 이르기까지 농심의 라면시장 장기집권은 30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견고했던 ‘신라면’ 아성도 틈이 생겼다. 농심의 악재가 또 다시 경쟁사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제2의 라면시장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18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액 기준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54%다. 2014년 60%대 벽이 허물어진 후 줄곧 하향세다.

반면 ‘갓뚜기’ 열풍을 업고 급상승 중인 오뚜기는 20%대 중반으로, 업계 2위에 올랐다. 1990년 6~7%대였던 점유율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삼양식품도 과거의 상처를 딛고 성장세다. 불닭볶음면 시리즈 중에서도 2017년 12월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 판매가 급증하면서 실적의 전환점이 됐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16.47%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12% 수준이다.

농심 하락세의 원인으로는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 탓도 있지만, 나의 소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2015년 롯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일본기업’ 논란이 불거졌고, 농심도 형제사란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논란 직전인 2014년과 2018년 3분기를 각각 비교했을 때,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7.3%포인트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7 가공식품 라면 시장 현황’을 보면, 농심 매출은 2016년 2조2170억원에서 2017년 2조2083억원으로 0.4% 하락했다.

남양유업이 2013년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로 ‘갑의 횡포’의 대명사란 이미지를 얻은 후 적자로 돌아선 사례와 엇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 ‘참이슬’과 같은 장수제품이 탄생하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 입맛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사, 후발주자들이 아무리 기발하고 좋은 제품을 내놓거나 광고를 잘해도 2등이 1등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며 “딱 하나 1등이 악재로 스스로의 점유율을 깎아먹는 경우에만 나머지 업체에도 반등의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은 농심뿐만 아니라 라면시장에도 의미 있는 큰 브랜드다. 최근 선보인 신라면의 4.0 버전 ‘신라면 건면’이 점유율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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