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점유한 항공 패권 노리는 중국
언뜻 보면 이는 항공 사고에 대한 발빠른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신들은 '항공' 문제가 아닌 '패권' 문제라고 지적한다. 항공 안전 분야의 기준으로 통하던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가이드를 좇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 개발·규제 분야에서 높아지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선제 결정을 내림으로써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보잉 맥스에 대한 보이콧 결정을 내린 시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중국 정부는 에티오피아 항공이 추락한 당일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다른 국가보다 빠른 대처로, 전 세계적인 보잉 보이콧 흐름의 주도권을 잡은 셈이다.
1990년대만 해도 중국에서는 항공 사고가 잇따랐지만 이후 안전성을 크게 개선했다. 여객 수와 노선 수 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항공 시장이 될 전망이다. 중국이 보잉에 매우 중요한 고객인 이유다.
향후 20년간 중국이 세계 제트기 수요의 4분의 1 수준인 7690대를 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잉은 최근 5년간 중국에 제트기 1000대를 중국에 공급했다. 지금까지 구입한 보잉 737 맥스 기종도 574대에 달한다. 보잉사의 항공기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면 거래를 영구 정지할 수 있는 만큼 보잉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제·기술 넘어선 패권 구도..."중국의 자신감 반영"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을 벌이는 것은 항공 규제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자국 무역적자의 해결책으로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냈다. 올해 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청신호를 보내면서 두 차례나 관세 인상 계획을 미룬 상태다. 다만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 등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스파이 행위 가능성 등을 빌미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 당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동맹국의 화웨이 장비 활용 자제를 촉구해왔다.
최근에는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확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해저 케이블이 스파이 활동이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은 통신 전송을 위해 해양의 바닥에 설치한 도선들의 묶음을 말한다. 현재 운영중인 해저 케이블은 약 380개로, 대륙을 넘나드는 음성·데이터 트래픽의 95%를 전송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의 경제·안보에 필수 요소로 꼽히는 이유다.
항공사 등급 서비스 제공업체인 에어라인레이팅스의 제프리 토마스 편집장은 "지금까지 항공 분야에서 국제적인 존재감이 없던 중국은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며 "FAA의 지침을 좇는 관례에 따르기보다는 항공 업계의 기성 질서에 도전하는 자신감을 표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