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 외신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TV 연설 도중 대통령직 사퇴 명령서에 서명하면서 사임 입장을 공식화했다. 내년 조기 대선까지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외교관 출신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상원의장이 대통령 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79세인 나자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대통령이자 유일한 장기 집권 대통령이다. 1989년 6월 카자흐스탄 공산당 제1서기에 선출되면서 최고 권력자가 된 뒤 이듬해 4월 의회 격인 카자흐스탄 최고회의를 통해 제1대 카자흐 대통령에 임명됐다.
1991년 12월 치러진 카자흐스탄의 첫 민선 대통령 선거에 단독 후보로 나서 98.8%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1999년과 2005년, 2011년, 2015년 대선에서 잇따라 당선되면서 장기 집권을 이어갔다. 내년 대선에서 재임에 나설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카자흐스탄은 주요 원유 수출국 중 하나로,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년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5%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건강 악화론도 제기됐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지난 2005년부터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 등을 오갔다는 것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장기 집권한 '스트롱맨'으로서 카자흐스탄의 정치 안정과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옛 소련 독립국들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고 비핵화 운동을 통해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설립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장기 집권으로 인해 민주주의와 언론 및 인권 탄압을 일삼았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실제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대선 출마 횟수 제한을 없애 종신 집권을 가능하도록 개헌했다. 대통령과 가족을 둘러싼 축재와 비리 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면서도 여당인 누르 오탄당의 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은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핵심 권력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친(親)러시아 기조를 통해 지역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루카 안체스키 글래스고대학교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루카 안체스키 부교수는 "사임 발표로 카자흐스탄의 시대는 끝났다"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집권이 끝날 때까지 중요한 결정들이 연기됐던 만큼 카자흐스탄의 정책적 진전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진입했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고 미국 정치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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