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테크] 손정의 "AI패러다임 시프트 반드시 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달 6일 그룹 실적 설명회에서 두 개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 도로에 마차가 가득한 1900년 실제 뉴욕 5번가의 모습과 자동차가 다니는 1913년 뉴욕 거리가 담긴 사진이다.

손 회장은 이 사진을 띄우며 투자자들에게 물었다. "어느 쪽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어디에 투자하고 싶으신가요?" 그의 대답은 "겨우 13년 차이로 이렇게 변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패러다임 시프트입니다“였다.
 

 

손정의 회장이 소개한 발표 자료[사진=소프트뱅크]

패러다임 시프트는 그 시기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인식이나 사상의 가치, 기술의 물줄기가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마차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변화가 적절한 사례다. 100년 전 사람들은 자동차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의 가치는 마차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졌다.

가까운 미래에 도로는 자율주행 자동차로 가득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 회장은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오히려 안전하다"며 "AI가 운전하는 자동차로 단숨에 패러다임이 옮겨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손 회장은 그 근거로 지난 30년 동안의 '컴퓨터의 발전 속도'를 제시했다. 컴퓨터의 핵심 요소인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속도와 메모리 크기, 통신 속도는 100만배가량 발전했다. AI를 등에 업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손정의 회장[사진=연합뉴스]

손 회장은 "현재 인간이 생각하는 능력이 우수한지, AI의 처리 능력이 우수한지 여러 의견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그것은 100년 전 마차와 자동차의 가치를 따졌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결국 100년이 지난 뒤 모두 자동차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손 회장은 향후 20년 정도 AI의 패러다임 시프트만 쫓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61세인 손 회장의 전략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AI 혁신은 반드시 일어나고, 이 혁신은 모든 산업을 재정의할 것이고, 소프트뱅크는 혁신의 입구를 꼭 지키겠다는 것이다. 1990년대 브로드밴드 혁신을 부르짖고 소프트뱅크를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성장시킨 손 회장의 확고한 통찰이어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