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는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메이 총리가 EU에 6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미루는 것에 찬성해 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기간이 더 길어지는 선택지도 포함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논의는 탈퇴시한을 코앞에 두고도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메이 총리와 EU가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연거푸 부결시켰다. 메이 총리는 또 한 번의 투표를 통해 합의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이마저 좌절됐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18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제3 승인투표를 불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동일 회기 내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을 담은 사안을 하원 투표에 상정할 수 없도록 한 의회 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EU를 떠나게 된 상황에서 결국 영국 정부는 연기를 선택했다. EU는 브렉시트 연기에 떨떠름한 반응이다.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EU의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에 장기적인 브렉시트 연기는 역내의 경제·정치적인 부담만 높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기를 해야하는 정당한 이유도 없는데 그것을 수용할 수는 없다"면서 "EU 정상들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영국의 구체적인 계획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브렉시트 연기가 장기화할 경우 "새로운 정치적 과정이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AP·연합뉴스]
후자는 메이 총리가 지난해 11월에 결정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유럽의회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7월 전까지 영국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전제로 브렉시트를 단기간 유예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추가 연장은 불가하다는 게 EU의 방침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브렉시트를 2020년까지 미루면 영국은 5월 유럽의회 총선도 치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2 국민투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을 할 경우 메이 총리는 영국 내부의 브렉시트 찬성론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유럽의회 총선이 오는 5월 23일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EU는 4월 중순으로 결정시한을 마련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만약 영국이 총선에 나서지 않으면 의석은 다른 나라에 넘어가게 되며 7월 1일부터 영국은 EU에서 완전히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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