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 미친 정부 자본시장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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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입력 2019-03-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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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 금융 추진 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정부의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코스닥이 올라야 할 날에 곤두박질쳤다. 3월 들어 21일보다 많이 떨어진 날은 이틀뿐이다. 돈이 궁한 중소기업도,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투자자도 이날 정부에서 내놓은 자본시장 대책에 만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식 1000만원 팔면 겨우 5000원 감세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혁신금융 추진방향에는 자본시장 대책도 적지 않게 담겼다. 문제는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았던 증권거래세 인하안도 그렇다. 정부는 0.30%인 증권거래세를 0.25%로 0.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주식을 1000만원어치 팔 때 내는 세금이 3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5000원 줄어들 뿐이다. 기대수익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주식시장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과거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정부는 1995년 7월 증권거래세율을 0.50%에서 0.45%로 0.05%포인트 내렸다. 이번과 인하폭이 같았다. 당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4000억원대 후반에서 5000억원대 초반으로 반짝 늘었다가 반년 뒤에는 도리어 줄어들었다.

코스닥이 약세로 돌아선 이유다. 지수는 21일 하루에만 0.83% 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나란히 매도에 나서 제각기 670억원과 620억원을 팔았다.

그나마 장외주식시장인 코넥스 증권거래세율은 더 많이 낮춘다. 세율을 0.30%에서 0.10%로 한꺼번에 0.20%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코넥스와 비슷한 영국 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 거래대금은 거래세를 면제한 다음 2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한 점,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를 검토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인하폭이 작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단계적인 인하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는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관치 부작용 방지 아쉬운 벤처대책

정부는 성장지원펀드 운영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이 자펀드 규모를 설정했다. 앞으로는 자산운용사가 이를 정할 수 있다. 개별펀드가 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없애기로 했다. 1년 전 내놓았던 코스닥 스케일업펀드 규모는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린다.

성공을 뒷받침할 관건은 관치 부작용을 막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벤처펀드가 그동안 실패한 것은 자본 공급과 운용을 모두 정부에서 관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는 정부가 자본 공급에만 집중하고, 운용은 전문성을 지닌 민간에 맡겨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스닥 상장요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3년 동안 4차 산업혁명·바이오 기업 80곳을 이를 통해 상장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술특례 상장도 활성화하고, 상장예정법인 회계감리 부담은 줄인다.

아쉽게도 투자자 보호 대책이 나란히 나오지는 않았다.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 시장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상장 기준을 만들지는 않았다"며 "시장 영향을 고려해 투자자 보호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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