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 12-1] 무궁화는 한국의 국화로서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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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9-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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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무궁화 vs 일본 무궁화

  • ‘무궁화 삼천리가 아니라 무궁화 일천리’

  • 「산해경」의 ‘군자국’은 우리나라이고 ‘훈화초’는 무궁화?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무궁화는) 천박한 자질에다 처지고 활기도 없어 빈 골짜기에 버려지리(薄質消沈委空谷)."
<정약용, 「여유당전서」>

"무궁화를 내세우는 것도 근래에 된 일이요. 그나마 정치 기분으로 된 것이다."
<함석헌, 「생활에서 나타난 고민하는 모습」>

"무궁화는 일본에서 집 마당이나 담장, 울타리에 키우는 대중적인 꽃이다."
<김순식, 일본 후쿠야마(福山) 시립대 교수>

"무궁화가 한국의 6할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의 5대 국가 상징 국기 국새 국가 국화 국장 중 후자 3개가 모두 무궁화이니."
<강효백, 경희대 교수>


◆한국 무궁화 vs 일본 무궁화

노래의 힘이 헌법보다 훨씬 강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국토관을 대한의 고유 영토 사천리에서 삼천리로 축소하게 한 원흉은 영토를 한반도로 국한한 헌법 제3조가 아니라 ‘무궁화 삼천리’ 애국가 후렴의 무한 반복 학습이기에.

필자는 ‘종일 애국가’의 핵심 코드인 애국가 가사 후렴 ‘무궁화 삼천리’에 몰두하던 지난 주말, 놀라운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메시지의 발신자는 김순식 일본 후쿠야마 시립대 교수다. 그는 일본에서 20년 넘게 체류한 환경경제학의 권위학자다.

“무궁화는 일본에서 집 마당이나 담장, 울타리에 키우는 대중적인 꽃입니다. 보통 주택가에서는 마당 있는 집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죠. 일본엔 6~7세기경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하며,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건 17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7세기경의 일본 고대 시가에도 무궁화를 표현하는 듯한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본래 목근이라 하는데 어쩌다 무궁화가 된 건지.”

일대 충격이다. 무궁화 관련 일본의 온·오프라인 자료를 전수 분석하듯 살펴봤다. 무쿠게(むくげ, ‘ムクゲ’ ), 목근(木槿)이라는 이름의 무궁화·무궁화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의 산과 들, 도시와 농촌, 학교와 공원, 거리와 빈터, 신사(神社)와 사원, 무궁화 야생 군락지, 무궁화 관련 무수히 많은 시가와 서적은 물론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무궁화 문화행사, 무궁화 자연농원, 무궁화 수목장까지... 무궁화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일본의 국화 격으로 널리 알려진 벚꽃(사쿠라)을 압도할 정도였다.

숨이 턱 막혔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을 부르며 자라왔는데.. 평생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라는 애국가 후렴을 부르며 살아왔는데.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개국과 더불어 삼천리 강산 민중의 애호를 받아왔으나 조선왕실꽃 오얏꽃(李花) 에 억눌려왔다가 구한말 국화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제의 간악한 탄압을 받아왔다"는 게 필자 자신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 상식’ 아니었는가. 

최근 한주 내내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한·중·일을 비롯한 동서고금의 ‘무궁화’를 톺아봤다. 상상 그 이상의 어마어마한 숨겨진 진실을 발견했다. 애국가 후렴의 ‘무궁화’는 바로 뒤의 ‘삼천리’ 못지않은 엄청난 독성을 내장한 악성코드라는 사실을. 국토참절 민족분열 일본 ‘애국가’는 하늘이 두쪽 나도 반드시 하루빨리 퇴출되어야 함을 재확인했다.

무궁화는 한국의 5대 국가상징(국기·국가·국화·국새·국장) 중 국가·국화·국장, 세 개의 국가상징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 정신의 6할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무궁화에 심각한 결격사유를 발견하고도 학자로서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었다. ‘새롭게 발견된 진실은 오래된 착오보다 지지자가 적은 세상 이치’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필자에게 가해질 비난과 반발을 무릅쓰고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나라 국화(격)로서의 무궁화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 진단 분석 평가하고 그 처방과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무궁화 삼천리가 아니라 무궁화 일천리’

[자료제공=강효백 교수]


세계식물학계에서 무궁화 원산지로 공인받고 있는 중국 남부 지역답게 저장성·안후이성 이남 12개 성(省)에서 무궁화가 자생하고 있다. 일본의 혼슈 중부의 와카야마(和歌山)현과 야마구치(山口)현에는 무궁화 야생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의 야생 무궁화 자생지는 전혀 없다. 무궁화가 자생 분포하는 곳은 산비탈, 개울가, 길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위적인 식재 지역인 인가 근처뿐만 아니라 산의 저지대, 개울가 및 길가에서도 저절로 자라는 무궁화 군락은 발견되지 않는다. 설령 일제의 탄압 등 인위적으로 무궁화 자생지가 사라졌다하더라도 야생화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복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누구도 무궁화 자생지 복원을 주창하지도, 실제로 그것을 시도하지도 않고 있다. 명색이 나라의 꽃인데...

이제 무궁화 재배 가능지를 살펴보자. 중국에서 무궁화의 인위적인 생육이 가능한 지역은 산둥·허베이·산시성 등 중국 중북부 이남 18개 성이다. 일본에서 무궁화는 놀랍게도 북쪽의 홋카이도에서 남쪽 끝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 재배돼 이미 토착화된 꽃나무다. 특히 홋카이도 중부도시 호쿠토(北斗)시의 시화(市花)로, 남부의 기요사토정(清里町), 소베스정(壮瞥町)의 마을 꽃으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위키백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궁화는 100여년 전까지는 차령산맥 이남에서만 생육됐다가 점차 개량해 휴전선 인근까지 생육이 가능하게 됐다. 이 자료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무궁화 한반도 생육가능지 관련 선행 자료를 추적해봤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1년 일본 식물학자 모리 다메조(森爲三, 1884~1962)가 조사 기록한 「조선식물명휘」에서 무궁화는 남쪽 조선땅에 분포하고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식물이라는 사실이 명기돼 있다. 1942년 정태현의 「조선삼림식물도서」에는 무궁화는 황해도 이남의 지역에 분포하는 재배식물로, 2016년 「한국식물도감」 무궁화는 한국의 중부이남에 재배하는 식물로,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분류학회가 작성관리하고 있는 「국가표준식물목록」(2017)도 재배식물로 명기돼 있다. 이처럼 한반도의 무궁화는 야생상태의 자생은 고사하고 재배가능 범위조차도 남한 땅으로 제한되어 있다. 명색이 나라의 꽃인데도 불구하고...

북한 땅에서는 자생은 물론 재배도 불가한 무궁화의 한반도 재배가능지는 삼천리가 아니라 일천여리뿐. 무궁화는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국화로서는 근본적 자격미달이라 생각한다. 국토참절과 남북분단을 주술하는 악마의 코드 ‘무궁화 삼천리’ 애국가를 하루빨리 퇴출해야만 할 시급성과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대목이다.

◆「산해경」의 ‘군자국’은 우리나라이고 ‘훈화초’는 무궁화일까?

[사진제공=강효백 교수]


한반도가 무궁화 자생지라는 견해는 1983년 유달영·염도의 「나라꽃 무궁화」가 내용을 집대성하고 있다. 책에서 「산해경(山海經)」을 언급하면서 옛날에 많았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다. 구한말 이후 현재까지 나온 한국 문헌 대다수는 옛날에도 한반도에 무궁화가 많이 자랐다는 원초적 증거를 춘추전국시대에 저술된 동양 최고(最古)의 지리서(?) 「산해경」에서 찾는다. 「산해경」에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薰華草)가 있고 훈화초는 곧 근화초라 하며, 근화초는 무궁화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 대가들의 이러한 주장은 ‘국민 일반상식’으로 굳어졌다.(문일평 「화하만필」, 이상희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대한무궁화 중앙회’ 홈페이지 등).

과연 그럴까? 필자는 이러한 정설아닌 정설의 전방위 전천후적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산해경」이 동양 최고의 지리서인가?

「산해경」은 ‘지리서’나 ‘사서’가 아니라 지괴소설(志怪小說)의 원조다. 상고시대 중국인들이 자연을 상대로 겪은 많은 경험에 환상과 희망을 섞어 표현한 신화로 구성된 책이다. 하(夏) 나라의 우왕이 지었다고 하나 전국 초기부터 한 나라 초기에 이르기까지 파촉(巴蜀) 지방(지금의 중국 서부내륙 쓰촨·충칭 지역) 사람들이 지은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대완열전(史记·大宛列传)」에서 「산해경」은 너무 황당무계해 역사적 참고가치가 전혀 없는 잡서라고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고, 20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문인 루쉰(魯迅)도 무당과 박수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질타했다.

둘째, 군자국이 기재된 「산해경」 ‘해외동경’ 속 나라들은 어디인가?

「산해경」 제6장부터 9장까지의 ’해외경(海外經)‘은 아주 먼 나라의 주민과 그에 관한 신화 ·전설을 실었다. 이를테면 지금의 인도네시아 이남을 상상한 제6장 ’해외남경‘의 저인국(低人國)의 주민들은 인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군자국이 네 번째로 기재된 제9장 해외동경(海外東經)에 열거된 열 한 개 나라들은 한반도와 만주 일본 등지가 아니라 남태평양상 나라들과 그 주민을 상상한 판타지 소설이다.

셋째, ‘군자국’이 우리나라인가?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이웃을 봐라”는 말대로 군자국이 우리나라인 걸 알려면 먼저 군자국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접한 나라인 사비시(奢比尸)와 천오(天吳)의 기록을 살펴보자.

(군자국의 남쪽에 있는) 사비시국은 거인국의 북쪽에 있는데 사람들은 짐승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고, 큰 귀가 있으며 청사(靑蛇) 두 마리를 귀에 걸고 있다. 천오국은 군자국의 북쪽에 있는데 여기에는 여덟 개의 사람머리를 한 호랑이가 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로 알려진 ‘군자국’의 「산해경」 원문을 살펴보자.

군자국은 사비시의 북쪽에 있다. 의관을 갖춘 채 검을 차고 다니고, 야수를 잡아먹고, 두 마리의 표범을 옆에 거느리며 양보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않는다. 훈화초라는 풀이 있는데, 아침에 생겨났다가 저녁에 죽는다.(君子国在其(奢比尸)北,衣冠带剑,食兽,使二大虎在旁,其人好让不争 有薰华草,朝生夕死)

일단 군자국이 우리나라라고 치자. 아득한 원시시대 우리 조상들이 야수를 잡아먹고 두 마리의 표범을 옆에 거느리며 살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군자국 남쪽 인접국 반신반수의 요괴가 사는 나라 사비시는 지금 어느 나라인가? 또 사비시의 남쪽 인접국 거인국은 어느 나라인가? 북쪽 인접국 여덟 개 사람머리를 한 호랑이가 사는 천오는 지금의 어느 나라인가? 군자국을 비롯한 ‘해외동경’에 열거된 나라들보다는 「서유기」에 나오는 나라들, 여자들만이 사는 나라 ‘서량여국’ 과 불교를 멸하려는 나라 ‘멸법국’들이 차리리 현실감이 높다.

넷째, ‘군자국’을 우리나라로 풀이한 중국 문헌은 있는가?

구한말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문헌들은 「산해경」의 ‘군자국’을 ‘군자의 나라’를 뜻하는 ’군자지국(君子之國)’으로 원문을 살짝 변조해 기록하고 있다. ‘군자국’은 ‘군자지국’이 아니라 이름 자체가 ‘군자국’일 뿐이다. 그리고 ‘군자국’을 우리나라는 물론 동북아에 위치해 있던 나라로 풀이한 중국 문헌은 단 하나도 없다.

다섯째, 「산해경」 ‘해내경’의 ‘조선’은 어느 나라인가?

「산해경」 제18권 ‘해내경’(海內經)은 한반도와 만주·일본 등 동북아 주민과 그에 관한 신화와 전설을 실었다. 그런데 ‘해내경’ 맨 앞머리는 “동해 이내에는 북해의 한 모퉁이에 있는 나라 이름은 조선이라고 한다(在东海以内,北海的一个角落,有个国家名叫朝鲜).”이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즉, 「산해경」 동북아 편 ‘해내경’에는 ‘조선’(朝鮮)이라는 두 글자가 별도로 명확히 기재돼 있다. 이처럼 멀쩡한 한반도의 ‘조선’에는 눈을 감고 엉뚱하게도 이상한 나라 엘리스보다 더 이상한 나라, 남태평상의 ‘군자국’을 ‘우리나라’라고 규정짓는 편이한 습성 또는 담대한 무리수의 원천과 저의는 무엇인가.

끝으로 여섯째 ‘훈화초’는 무궁화인가?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무궁화와 같은 나무에 '풀 초(草)'를 붙여 부르지 않는다. 무궁화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의미의 ‘‘조개모락’(朝开幕落)으로 표현하지 아침에 생겨났다가 저녁에 죽는다는 뜻의 조생석사(朝生夕死)라고 표기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훈화초’는 물론 ‘훈’(薰 향내나는 풀, 향초)’을 무궁화의 이름으로 풀이한 중국 문헌은 단 하나도 없다. 즉 훈화초는 무궁화는커녕 전설상의 꽃(花)도 아닌 전설상의 하루살이 풀(草)이다.

‘무궁화 한반도 자생설’을 위해 우리나라 선행연구는 「산해경」을 지리서로 보고, 동북아를 묘사한 ‘해내경’ 맨 앞머리에 명기된 ‘조선’ 에는 눈을 감았다. 남태평양을 상상한 ‘해외동경’의 ‘군자국’을 ‘군자지국’으로 슬쩍 변조하고, 다시 군자지국을 우리나라로 해석하고, 마침내 아침에 생겨났다가 저녁에 죽는 전설상의 하루살이 풀 훈화초(草)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무궁화 나무(木)으로 날조했다. 무엇보다 중국문헌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군자국은 한국’, ‘훈화초는 무궁화’로 단정해버렸다. 

아득한 옛날 「산해경」 저자들의 상상력은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산해경」을 제멋대로 변조·해석해낸 근현대 한국의 선배학자들의 상상력, 그리고 그들의 선행연구를 아무런 검증없이 그대로 답습해온 후배 학자들이 원망스럽다.

그리하여 필자도 이참에 날조를 한번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앞에서 김순식 후쿠야마 시립대 교수가 필자에게 던진 의문 “목근이라 하는데 어쩌다 무궁화가 된 건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대신할까 한다.

“구한말 갑자기 일본의 신화(神花) 무궁화를 한국의 국화로 ‘무궁’하게 부랴부랴 날조하려다 보니 한국인에게 극히 생경하고 한국사에 극히 희소한 무궁화에 역사조작을 ‘무궁’하게 허겁지겁하다 보니 어느새 ‘무궁화’로 불리게 되었다.”고. (12-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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