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 이날 행사를 뜨겁게 달군 건 두 감독의 입담 매치였다. 동갑내기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재치 있는 설전을 벌였다. 매년 단골손님으로 참가하는 미디어데이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다.
이날 입담의 시동은 추 감독이 먼저 걸었다. 우승 후보를 꼽는 질문에서 추 감독은 “현대모비스를 뽑자니 우리 조라서 어려운 질문이다. 혹시 우리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모비스를 꼽겠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자 “결정 났는데 여기서 끝내죠”라며 한 마디를 던진 뒤 오리온을 우승후보로 뽑았다. 이어 앞에 앉아 있는 추 감독을 향해 옅은 미소를 띄우며 “(추)일승이 더 늙기 전에 해야 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이 ‘나이’ 공격을 펼친 건 생일이 추 감독보다 더 늦어서다. 1963년생 동갑내기인 유 감독은 3월생, 추 감독은 1월생이다. 유 감독은 4강 예상 질문에도 다시 “버거운 상대는 없다. 추 감독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며 “더 늙기 전에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이 계속 나이를 들먹이자 추 감독이 발끈했다. 추 감독은 유 감독과 함께 나온 이대성(현대모비스)을 향해 대뜸 “진실한 인생을 살아왔느냐”고 물은 뒤 “너네 감독님하고 나 중에 누가 더 늙어 보이냐”고 질문했다. 당황한 이대성은 “당연히 우리 감독님”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대성의 대답이 못마땅했는지 두 감독은 옆에 있던 스테이시 오그먼 전주 KCC 감독에게도 “우리 둘 중 누가 더 형처럼 보이느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오그먼 감독은 “정말 어렵다. 둘 다 보기 좋다”며 애써 말을 돌렸다.
유 감독은 자유투 대결을 한 번 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또 추 감독을 소환해 “더 늙기 전에”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추 감독은 “나는 50대랑은 안한다. 최소 30대랑만 한다”며 퇴짜를 놨다.
추 감독의 재치는 끊이지 않았다. 추 감독은 KCC와 6강 PO 맞대결에 대해선 “플레이오프에서 MVP 이정현을 만난 것이 영광이니 한 경기 정도 져 주는 게 예의”라며 3승 1패로 4강에 오를 것을 예고했다. 또 현주엽 창원 LG 감독에게는 “아직도 많이 먹니”라고 질문에 현 감독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감독들이 뽑은 우승후보는 단연 현대모비스였다. LG와 KCC도 강팀으로 꼽혔으나 ‘그래도 우승후보는 현대모비스’였다. 현주엽 감독만 유일하게 KCC의 우승을 점쳤다. 현대모비스는 43승 11패로 구단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종전 41승)을 세우며 4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2위 전자랜드(35승 19패)와는 무려 8경기 차였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23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정규리그 4위 KCC와 5위 오리온의 6강 PO 1차전으로 시작한다. 24일에는 정규리그 3위 LG와 6위 부산 kt가 창원체육관에서 4강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KCC와 오리온의 승자는 정규리그 1위 현대모비스와, LG와 kt의 승자는 정규리그 2위 인천 전자랜드와 4강 PO에서 격돌한다. 6강 및 4강 PO는 5전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은 7전4선승제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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