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나타내는 이른바 장기 금리가 3개월물 단기 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 침체 신호인 만큼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2.459%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다. 한때 3.2%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고금리 공포를 불러 일으킨 지 몇 달 만에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한 셈이다.
반면 3개월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장중 2.42%까지 급락한 10년물 금리를 웃돌면서 2.459%까지 올랐다가 2.43%로 조정됐다. 통상 장기채는 자금을 오래 빌려 쓴다는 점에서 단기채보다 제시하는 수익률(금리)이 높다. 그런데 10년물 금리가 초단기인 3개월 금리보다 낮아지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채권은 정부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증권으로 간주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등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채권 거래자들의 신뢰가 사라진 결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유럽발 경제 둔화 우려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투자전문매체 FX스트리트에 따르면 독일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4.7로 6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가국) 최대 경제국인 만큼 다른 나라의 경제 하방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분기 유로존 PMI는 0.2%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와 내년 유로존 성장률을 각각 1.1%, 1.6%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에 따라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동결하는 등 다시 완화적 정책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정책을 폈던 주요 중앙은행들은 10여년 만에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고 긴축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급변하자 긴축 행보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
연준도 자유롭지 않다. 연준은 19~20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현행 2.25~2.50%에서 기준금리 동결 △연내 기준금리 인상 보류 △9월 보유자산 축소 종료 등의 입장을 밝혔다. 올해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더이상 통화정책을 방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차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과 함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1~2년 내에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과거 사례에 따라 내년이나 내후년께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포트글로벌증권의 채권 거래 상무이사인 톰 디 갈로마는 "독일의 10년물 채권 수익률도 거의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며 "연준의 비둘기 기조, 유럽 경제 둔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불확실성 등이 세계 국채 수익률을 낮추는 추세"라고 말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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