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와의 대결에서 완패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의 공격을 막아낸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불필요한 부담을 덜고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 주식 수는 전체 의결권 대비 주식 총수의 20%를 넘지 못했다. 일반 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도 현대차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정 부회장이 핵심 지배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해 지배구조 변경을 조기에 마무리 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업사냥꾼' 엘리엇의 왕성한 식욕은 경계해야 한다. 한시름 놓으며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로 정주행할 채비를 마쳤지만 엘리엇도 한번 잡은 먹이를 쉽게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도 분주하게 주판알을 굴리고 있을 것이다. 축배를 들기보다 향후 엘리엇이 제시할 카드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주총에서도 엘리엇은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금 7배가 넘는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지만 주주들은 엘리엇의 제안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등을 돌렸다.
조급함을 들킨 엘리엇의 다음 타깃은 현대차 구조조정이다. 엘리엇이 지분의 절반가량을 가진 해외 주주들을 설득한다면 향후 더 많은 요구로 현대차를 흔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 주식 640만주(3.0%)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안건은 주주 51%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구조조정안은 3분의 2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과 엘리엇과의 악연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실적악화 등의 악재로 약 455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엘리엇은 곧바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투기자본인 엘리엇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굴리는 주판알에 맞설 '정의선 호'의 장기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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