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은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등 두 군데서만 치러지는 ‘미니 보선’이지만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PK(부산·경남)에서 치러지는 터라 야권은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은 현지에 숙소를 얻어 선거운동에 전념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주말 동안 별다른 공식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만 지난 23일 통영과 창원을 방문, 양문석 후보와 권민호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이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전인 지난 18일 통영과 창원을 찾은 것이 전부다. 오는 25~27일엔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여야 지도부의 상반된 선거 지원은 이번 보선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야권과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여당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작업이 진행 중인 창원성산은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권 후보에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고, 통영·고성은 전통적으로 한국당 강세 지역이다. 민주당이 당선자를 내기가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으로선 이에 맞불을 놓아 총력전으로 나설 경우 ‘정권 심판’이라는 한국당의 프레임에 말릴 위험이 있다. 선거 지역이 두 곳밖에 안 돼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내부적 판단도 있다. 강훈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두 곳 밖에 안 되는데 보선의 의미가 크다고 말할 수 없지 않느냐”며 “한국당은 정권 심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데 이미 정권 심판 프레임은 없다”고 했다. 이어 “창원만 해도 한국당을 심판하자고 연대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 지도부의 지원 유세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이해찬 대표의 경우 다른 당 대표와 달리 국회의원이다. 국회 본회의가 있는데 선거를 도우러 갈 순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겨도 별다른 실익이 없는 민주당과 황교안 리더십을 굳건히 하려는 한국당의 입장이 부딪히는 셈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가 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올인하게 되면 무조건 이겨야 된다. 이길 상황이 아니라면 이번 보선에 큰 의미를 안 두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반면 황 대표는 통영·고성만 이겨도 1호 친황계(정점식 후보)를 배출하게 돼 당내 정치력을 인정받게 되는 의미가 있다”며 “여당 지도부가 올인하기엔 부담이 따를 것이다. 선거 후를 생각한다면 적당히 관계하는 게 나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과 정의당은 오는 25일 창원성산의 단일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24일과 25일 양일간 단일화 여론조사를 진행, 단일후보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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