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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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입력 2019-03-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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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급락…일본·중국 등 아시아증시도 출렁

  • 전문가 "물가상승·투자과잉 등 과거 국면과 달라…경기침체 가능성 낮아"

[사진=연합뉴스]

미국 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글로벌 증시가 충격에 빠졌다. 경기가 침체되기 전에 먼저 나타난다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우리나라 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주식시장 전체가 출렁거렸다.

코스피는 지난 26일 전거래일보다 1.92%(42.09포인트)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의 하락폭과 하락률은 최근 5개월 동안 최대치였다.

코스닥은 하락폭이 더 컸다. 이날에만 2.25%만 내렸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일(716.92포인트) 이후 최저치였다.

아시아 증시도 급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이날 3.01% 떨어진 2만977.11에 거래를 끝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제각기 1.97%와 1.50% 빠졌다.

◆미 국채 장·단기 금리역전 2007년 이후 처음
이처럼 아시아 증시가 큰 충격에 휩싸인 데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 나타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과 3개월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나란히 2.459%로 장을 마감했다. 장 중 한 때 10년물이 3개월물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25일에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2.418%에 마감했다. 반면 3개월물 미국채 금리는 2.445%를 나타냈다. 10년물과 3개월물의 수익률 역전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금리가 더 높은데, 이게 뒤바뀐 것이다. 

◆금리역전 현상, 불황기 들어설 때 나타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1~2년 사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고 시장에서 판단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황 국면에 들어설 때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었다.

장기적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높아져 단기채권 대신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장기채권을 선호하게 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 미 국채시장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던 1969년, 1973년, 1980년, 1990년, 2001년, 2007년 등 6차례 모두 1년여가 지난 뒤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전문가 "과거와 다르다...경기침체 가능성 낮아"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미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은 과거 경기침체로 이어졌던 상황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유의미한 지표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급변수가 작용할 때는 예측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양적완화 시행 이후 장단기 금리에 미치는 수급 영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침체 여부 예측력이 더 높은 실업률을 두고 계산하면 미국 실업률이 장기 추세선을 웃도는 2021년 1분기가 경제 침체에 직면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1980년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과 동반된 현상은 인플레이션 현상이었고, 경기 과열과 이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확대, 정책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로 이어졌었다"며 "현 국면에서는 물가 리스크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데, 이는 이전 장·단기 금리역전 국면과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과잉투자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는 기업이든 가계든 어느 부분에서 과도한 투자가 존재했다"며 "이번 사이클에서는 과도한 투자라고 불릴만한 영역은 현재 보이지 않고, 설비투자나 주택투자 모두 GDP 대비 비교했을 때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 국채 장·단기 금리역전과 관련해 미 연준의 전·현직 수장들도 과도한 우려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홍콩 크레디스위스 아시안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에 참석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미국은 확실히 경기 둔화를 겪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준의 둔화로 보지는 않는다"며 "장·단기 금리 역전이 연준이 일정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신호는 아니다"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장·단기 금리 역전은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악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며, 일부는 구조적인 것으로 성장세 하락, 실질 이자율 하락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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