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진행된 ‘제57회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 해 부결됐다. 대한항공의 이사 선임 및 해임은 보통결의(과반수 찬성)가 아닌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찬성'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이날 결과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폭행 및 폭언' 등으로 연이어 도마에 오른 대한항공에 대한 도덕성 요구가 커지면서 예견됐다. 도덕성 논란이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치자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일탈행위로 인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며 조 회장 연임 반대의 신호탄을 쐈다.
11.7%의 지분율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 노선을 밝히자, 조 회장의 운명을 가를 카드로 외국계주주(20.55%)와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을 포함한 기타주주(34.59%)가 주목받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지난 13일부터 약 2주간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 권유 활동을 한 결과 소액주주 140여명에게서 51만5907주(0.54%)를 위임받았고, 회사의 압박을 이겨내고 의결권 위임해준 직원도 있다"며 "이는 그동안 있었던 국내 소액주주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주주참여 사례”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오너 일가의 도덕성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에 조 회장 연임 부결을 예측하는 의견이 많았다.
조 회장 일가는 그동안 여러차례 도덕성 논란에 올랐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한항공은 대기업 중 국민연금에게 가장 많은 서한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한진칼 조 회장 일가 일탈행위 발생 후 지난해 비공개 주주 서한, 공개서한 등을 발송했고 지난달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대한항공을 중점 관리 기업으로 지정했다.
대한항공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모회사인 한진칼과 조 회장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기관투자자 등 금융주주의 입김이 세진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도 비핵심사업 구조조정과 차입금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3년 이후 조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내년이라도 조 회장이 다시 복귀하겠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행 유지 상황에서 재선임을 다시 하겠다고 하면 지금의 주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선에서 떠나는 조 회장의 퇴직금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채 의원은 "조양호 회장은 700억~800억원 정도의 막대한 퇴직금을 받게 된다"며 "지금까지 조양호 회장이 회사에 손실 끼친 것을 감안하면 퇴직금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됐다고 해서 경영권이 박탈된 것은 아니다"라며 "타 대기업들도 이사회가 아닌 경우도 경영권에 관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은 여전히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 하고 있고, 조 회장도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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