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인 중국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징둥팡(京東方·BOE)이 지난해 패널 과다 공급에 따른 디스플레이 경기 부진 영향으로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단말기 디스플레이 사업 의존도가 높은 징둥팡은 향후 스마트의료 등 다른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임을 예고했다.
징둥팡은 지난 25일 발표한 실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971억900만 위안(약 1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3% 늘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순익은 54.6% 하락한 34억3500만 위안을 기록했다고 중국 증권시보가 27일 보도했다.
분기 별로 살펴보면 1분기까지만 해도 20억1900만 위안에 달했던 순익은 2~4분기 각각 9억5700만, 4억400만 , 5606만1200위안으로 점차 쪼그라들며 ‘전고후저(前高後低)’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 한해 징둥팡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20억7400만 위안) 등 비경상적 손익을 제하고 나면 지난해 징둥팡이 거둬들인 실제 순익은 25억18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77.2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4분기엔 사실상 10억9900만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징둥팡의 실적 부진에 시장은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26일 선전거래소에서 징둥팡 주가는 4.94% 폭락한 것.
전문가들은 징둥팡의 디스플레이 사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수요가 부진할 때마다 징둥팡 실적이 어김없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
사실 징둥팡 사업부문은 디스플레이 이외에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의료, 그리고 기타 나머지로 구분된다. 이중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이 징둥팡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0%에 육박한다. 반면 스마트 IoT나 스마트의료가 전체 징둥팡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디스플레이 사업에만 매달리다 보니 시장 외부환경 리스크에 취약한 것이다.
이에 징둥팡도 올해 디스플레이 이외 다른 사업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날 실적보고서를 발표한 자리에서 징둥팡은 베이징 팡산구에 136억 위안을 투자해 징둥팡 바이오과기산업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의료센터와 디지털 병원을 짓는데 각각 83억, 53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전 세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경기도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징둥팡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지난해 1~3분기 중국 OLED TV 판매량이 11만4800대에 달했지만, 올해는 2018년 대비 88.7%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사실 징둥팡은 그동안 플렉시블 아몰레드 생산력 확충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폴더블 폰에 사용된 디스플레이도 징둥팡이 제작한 것이다.
징둥팡은 앞서 2017년 10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건설한 6세대 플렉시블 아몰레드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중국 최초로 플렉시블 아몰레드 양산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충칭(重慶)과 쓰촨성 몐양(綿陽)시에서 6세대 아몰레드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에도 6세대 플렉시블 아몰레드 생산라인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1993년 베이징에 설립된 징둥팡은 2003년 현대전자의 LCD부문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며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를 선도하며 우리나라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도 위협하고 있다. 2017년 처음으로 대형 LCD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LG디스플레이로부터 빼앗은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패널 과다 공급에 따른 실적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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