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사자성어인 것 같지만, 전혀 사자성어가 아닌 이 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이 말은 사실 22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요즘 신조어로 말하자면 ‘띵언’이 아닐 수 없다.
창작자는 한때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 1996년 15대 총선 직후 여당인 신한국당이 소위 ‘의원 빼가기’를 시작했고 이를 야당이 비판하자, 박 전 의장이 처음으로 ‘내로남불‘이란 논리를 들어 반박했다고 한다.
그 어원이 어땠건, 이 말은 비단 치정사건뿐만 아니라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사람 또는 상황’에 대한 찰떡같은 표현으로 각광받고 있다.
발단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다. 기존 면세사업자의 공항·항만 출국장 면세점 특허기간을 5∼10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앞서 작년 말 개정된 관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대기업 면세점은 5년, 중소기업은 10년 특허기간 연장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법 개정 전에 특허권을 얻은 기존 출국장 면세점은 해당사항이 없다.
이런 와중에 추 의원의 개정안은 당장 내년 9월 특허권이 만료되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항면세점 운영 업체로선 입찰 없이 최소 5년은 특허권 연장이 가능하니 ‘로맨스’다. 반면 새로 입찰을 준비하던 업체로선 추 의원의 법안이 뜬금없는 ‘불륜’이 아닐 수 없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A면세점 관계자는 “5년 전에 10년까지 영업할 수 있었다면, 임차료 등 모든 입찰 조건이 달랐을 것이고 그에 따라 선정업체도 달라졌을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개정안을 찬성하는 B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이미 연장이 가능해졌는데, 유독 공항 면세점만 적용을 못 받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만약 5년 전 입찰을 따내지 못했다면, B면세점은 지금과 같은 말을 할까. A면세점도 현재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 역시 지금과 상반된 입장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내로남불’ 논리에, 몇년째 입찰전으로 멍든 면세점업계의 내부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추 의원의 개정안이 논의될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그 갈등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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