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천공항 면세점도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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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9-03-2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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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생활경제부 차장]

‘내로남불’

언뜻 보면 사자성어인 것 같지만, 전혀 사자성어가 아닌 이 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이 말은 사실 22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요즘 신조어로 말하자면 ‘띵언’이 아닐 수 없다.

창작자는 한때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 1996년 15대 총선 직후 여당인 신한국당이 소위 ‘의원 빼가기’를 시작했고 이를 야당이 비판하자, 박 전 의장이 처음으로 ‘내로남불‘이란 논리를 들어 반박했다고 한다.

그 어원이 어땠건, 이 말은 비단 치정사건뿐만 아니라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사람 또는 상황’에 대한 찰떡같은 표현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둘러싼 업계의 갑론을박도 사실 내로남불이라 칭할 만하다.

발단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다. 기존 면세사업자의 공항·항만 출국장 면세점 특허기간을 5∼10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앞서 작년 말 개정된 관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대기업 면세점은 5년, 중소기업은 10년 특허기간 연장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법 개정 전에 특허권을 얻은 기존 출국장 면세점은 해당사항이 없다.

이런 와중에 추 의원의 개정안은 당장 내년 9월 특허권이 만료되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항면세점 운영 업체로선 입찰 없이 최소 5년은 특허권 연장이 가능하니 ‘로맨스’다. 반면 새로 입찰을 준비하던 업체로선 추 의원의 법안이 뜬금없는 ‘불륜’이 아닐 수 없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A면세점 관계자는 “5년 전에 10년까지 영업할 수 있었다면, 임차료 등 모든 입찰 조건이 달랐을 것이고 그에 따라 선정업체도 달라졌을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개정안을 찬성하는 B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이미 연장이 가능해졌는데, 유독 공항 면세점만 적용을 못 받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만약 5년 전 입찰을 따내지 못했다면, B면세점은 지금과 같은 말을 할까. A면세점도 현재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 역시 지금과 상반된 입장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내로남불’ 논리에, 몇년째 입찰전으로 멍든 면세점업계의 내부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추 의원의 개정안이 논의될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그 갈등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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