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하원의 '의향 투표' 직전 집권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에 참석해 "우리 나라와 우리 당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의도한 것보다 일찍 떠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총리실도 배포 자료를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이 승인투표에서 가결되면 유럽연합(EU)과의 향후 관계에 대한 협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번 주 안으로 세 번째 승인투표를 열고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퇴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오는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까지는 총리로서의 임무를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7월 중순께 보수당 신임 대표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의향 투표는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하원의원들은 투표 용지를 이용해 다양한 각각의 대안에 대해 '예(Yes)' 또는 '아니오(No)'를 기재해 의견을 표할 수 있다.
투표에 부칠 대안으로는 △노 브렉시트(브렉시트 취소) △EU 관세동맹 잔류 △관세동맹·단일시장 모두 잔류 △캐나다 모델형 무역협정 체결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없이 EU 탈퇴) △제2 국민투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수용 △노동당 수정안 반영 등 8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2년여간 EU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을 도출했다. 영국법에 따라 의회의 허락을 받아야 브렉시트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 1월 중순과 이달 12일 열린 두 차례의 승인투표에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당초 메이 총리는 지난해 말 보수당 당대표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올해 말까지 1년간 불신임 위협 없이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승인투표가 잇따라 부결된 이후 보수당 내부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려면 구체적인 사퇴 의사를 밝히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정치권의 요청대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주 안으로 제3 승인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킨다는 메이 총리의 계획이 순조로울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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