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여겨 볼 대목이 있다. 양측 협상 대표의 면면을 보면 이 회담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를 대충 가늠케 한다. 실제로 양국 대표단이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면서 샅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는 양측 인사가 눈길을 끈다. 중국 측은 류허(劉鶴) 부총리가 나서지만 미국 측은 로버트 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쌍두마차가 협상단을 이끈다. 미국의 저의가 엿보인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미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최후의 보루로 환율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시그널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 대해 시장 개방 확대와 동시에 위안화 환율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 문제를 협상 타결 문안에 포함시킴으로써 만약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더 큰 제재로 옮겨갈 수 있다는 협박이기도 하다. 이는 중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시나리오이고, 반대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이 중국을 손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더 늦추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고사하고 글로벌 질서 유지의 구심점이 더 혼미해진다.
최대의 관심사는 미국이 중국을 제2의 일본으로 몰고 가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시발점은 1985년 일본과 미국·독일·프랑스·영국 재무장관 간에 체결된 플라자 합의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일본의 엔화가 2배 정도 평가가 절상됨으로써 무역수지 흑자가 급감하면서 엔고(円高)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잔뜩 끼인 거품에다가 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 과잉, 그리고 본격적인 고령화와 겹쳐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경제가 일거에 추락하는 혹독한 시련의 출발점이 되었다. 요즘 중국 경제의 현상을 두고 1980년대의 일본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런 논쟁으로 뜨겁다. 실제로 중국 경제의 3대 불안 요소로 그림자금융·부동산버블·기업부채 등을 꼽는다. 벌써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여 중국 경제가 성숙하기도 전에 늙어간다는 조롱마저 나온다. 중국 경제가 구조적이면서 장기적인 침체의 징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논리에 설득력을 더해 준다.
환율 전쟁이라는 ‘불똥’에 대비, 우리도 주도면밀한 시나리오 플래닝 준비 필요
중국과 무역을 두고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도 편치 않다. ‘트럼프의 역설’이라고나 할까, 미국의 무역적자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도 2017년 3759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4192억으로 더 늘어났다. 미국 경제의 호황이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 상품 소비를 더 부추겼다. 중국산에 대한 관세 폭탄을 앞두고 일부 소비자들의 사재기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관세 정책만으로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무역수지 적자를 단기간에 만회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환율 카드를 조기에 꺼내들고 싶은 유혹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방법과 시기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뮬러 특검에서 자유로워진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 재선 진입을 위해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또 다시 빈손을 움켜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미·중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직시, 우리에게도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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