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부장판사 “사법농단 연루 의혹 판사 76명 통고는 위법”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지난 27일 이메일 보내

서울고등법원의 현직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 76명의 명단과 이들의 비위 사실을 법원에 보낸 검찰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시철(54·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전날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검찰의 2019.3.5. 통고행위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적 검토’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김 부장판사는 “일부 언론이 ‘검찰 통고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지만, 대법원에서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 보도를 했지만, 통고 행위가 정당하다는 전제 자체가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76명의 법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는지 불분명하고, 검찰은 다른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통고행위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수사를 종료하지 않아 내부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수사기관이 외부기관인 대법원에 통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검찰의 통고는) 직무상 비밀을 외부에 누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아울러 “위법성이 명백한 자료 통고를 토대로 해당 법관의 징계 여부 등에 관해 조사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며 “대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있는 전·현직 법관 10명을 기소하면서, 이에 연루된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 관련 수사 자료와 현직 판사 10명에 관한 참고 자료를 대법원에 보냈다.

김 부장판사 역시 76명의 통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