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만취로 착각해 간음했다면 준강간 미수죄로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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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9-03-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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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전원합의체 28일 판결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라고 착각한 상태에서 억지로 성관계를 했다면 ‘준강간 미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폭행이 아닌 심신상실 등 다른 원인으로 피해자가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이용해 성관계를 이용했을 때는 준강간죄를 적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라 준강간은 아니다. 하지만 행위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준강간 미수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 준강간 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준강간) 범죄 구성요건의 충족은 불가능하지만, 그 행위의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해야 한다”며 “박씨의 행위에 준강간 범행이 발생할 위험성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형법은 범죄를 실행하는 수단이나 대상을 잘못 선택해 범죄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앞서 박씨는 2017년 4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안방에 들어가 잠든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착각한 채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상근예비역이던 박씨를 기소한 군검찰은 당초 박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봐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가, 1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강간은 가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 등으로 피해자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고, 준강간은 심신상실 등 다른 원인으로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라는 점을 이용해 성관계를 했을 때 적용된다.

1심에서는 강간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실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 밝혀지자 군 검찰은 준강간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2심은 준강간 혐의를 무죄로 인정하고, 대신 준강간 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지를 판결하기 위한 전원합의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예정된 28일 재판 참석자 및 방청객들이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2019.3.28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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