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대출금리 부당적용에 대한 특단의 대책 요청 건의문'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최근 청와대에 이같은 제목의 건의문을 보냈다. 수신자는 문재인 대통령. 며칠을 기다려도 답변은 없었다. 3개월에 한 번씩 금융정책을 제안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소식이 없었다. 불통이라 지적했다. 조남희 원장은 "전 정부 보다 더 하다"고 비판했다.
◆금융권 곳곳에 뻗은 관치…"당국 규모부터 줄여야"
2일 만난 조남희 원장은 현 정부가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관치 주도의 금융업이 이른바 '규제보호 산업'으로 인식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의 영역을 넓혀야 투자와 복지까지 아우르는 선순환적인 금융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 속에 1차원적인 대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남희 원장은 "금융생태계를 파이프라인에 비유하자면 현 정부는 파이프라인을 모두 막은 상태로 필요할 때만 송곳으로 조금씩 구멍을 뚫어주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금융지주사나 은행들은 당국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하다"며 "소비자들이 질 좋은 금융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정책은 금융전문가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그렇지만 관료 위주의 조직이 비대해져 제도와 시스템이 아닌, 사사건건의 개입만 넘친다는 게 조남희 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어떤 사안에 직면하면 당국의 개입이 우선되는 게 문제"라며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만들고, 시스템화 하는 것이 중요한데 '넌 이걸 잘못 했어' 식의 개입만 하다보면 경쟁력을 잃고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남희 원장은 우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규모를 축소하고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기관의 중복적인 간섭과 업무로 비효율성만 높여 금융업 전체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규제의 틀을 풀어줄 수 있는 범위까지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정부는 실망의 연속"이라며 "시장논리에 맞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과 연구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금융분야 연구기관의 수장들은 모두 비전문가들"이라며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들만 앉혀 놓으니 금융개혁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성 기반으로 당국·금융사 감시..."소신 지킬 것"
조남희 원장은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년가량 근무하다 퇴사했다. 그리고 2012년부터 금융소비자원을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단체로 당국에 금융정책에 대해 비평하고, 소비자 보호를 대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금융소비자원이 회원 1만5000여명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전문성을 꼽았다. 금융업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성을 키워 금융소비자 문제를 부각시켜 왔다는 것이다.
2011년 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 소송, 2013년 동양사태 피해자 공동소송, 2104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소송, 2018년 홈플러스 고객정보 매매 공동소송 등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 받았다.
올해 조남희 원장은 자본시장의 불필요한 관행을 개선하고, 금융개혁 관점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자본시장의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전반적인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의 위치가 금융사에 비해 상당히 취약함에도 투자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소액주주, 공매도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목소리를 키워야한다"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과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주권을 표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남희 원장은 기득권의 견제 때문인지 수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러나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 그는 "처음과 끝이 같은 삶을 살자는 게 좌우명"이라며 "금융에서 만큼은 정치 논리에 휩쓸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소신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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