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쇄신] "은행 채용비리는 최대 금융적폐, 청탁자 명단 공개하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 기자
입력 2019-04-03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보험사 출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금융사 갑질에 분노"

  • "금융횡포에 맞서야"...노동이사제·집중투표제·지주회장 3연임 금지 주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사진=금융정의연대 제공]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는 건 쉽지 않다. 상대가 은행이라면 더욱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반드시 지란 법은 없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10년 전 SC제일은행의 대출이자 기한이익상실과 관련해 '나홀로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에서 이겼고, 부당대출이자로 12만원을 환급받았다. 환급받은 금액은 적었지만, 비슷한 사례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도화선이 됐다. 환급액은 168억원에 달했다.

끊이지 않는 금융적폐… 은행 채용비리에 '신한 사태'까지

"천성인가 봅니다. 한 번 꽂히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요." 2일 만난 김득의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흥국생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보험사의 보이지 않는 '갑질'에 분노했다.
 
감언이설로 고객을 꼬드겨 약관에도 없는 고금리 상품을 해지하도록 하고, 회사 이익만 챙기려는 업무지시를 더 이상 따를 수 없었다.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을 2년 간 맡으며 회사에선 미운털이 박혔다.

회사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를 느꼈고, 금융정의연대를 구상했다. 금융사에 재직중인 회원들을 포함해 300여명으로 조직을 구성했고, 상임대표로 활동중이다.

김득의 대표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대표적인 금융적폐로 지목했다. 금융지주사나 은행 고위층 자제들의 채용은 당연시됐고, 심지어 아버지가 면접관으로 들어온 곳도 있었다.

검찰 수사로 채용비리의 민낯이 공개됐지만 그는 극히 일부라고 지적했다. 비리은행에 입사한 부정합격자는 여전히 퇴사조치 없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자 공개는 물론, 피해자 구제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들의 진정한 사과도 없었다.

김득의 대표는 "우리나라는 채용비리가 사기죄에 해당되지 않아 비리은행들을 업무방해죄로만 기소하고 있다"며 "공개채용이란 면에서 사회적 계약을 깬 은행들은 명백한 사기를 저지른 만큼, 관련 법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고위층뿐만 아니라 채용비리 입김은 금융당국에서도 불어왔다"며 "전직 금융감독원의 고위간부가 채용비리와 관련해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분명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득의 대표는 이른바 '신한 사태'를 금융적폐의 표본이라고 비난했다. 신한은행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측에 3억원을 건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리고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최근 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은 강제수사를 진행중이다.

금융정의연대는 이 사건에 연루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득의 대표는 "검찰과거사위도 3억원의 수수자가 이상득 전 의원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그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며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뇌물죄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사진=금융정의연대 제공]

"집단소송제·징벌적배상제 추진에 총력"

금융정의연대 3기 집행부가 구성된 올해 김득의 대표도 3년간 단체를 이끌게 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이 경제·금융관료를 뜻하는 '모피아'들에게 포획돼 제대로 된 정책시행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자정능력이 없는 것도 금융적폐의 원인으로 꼽았다.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각종 비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이사제가 필요한 이유다. 

우선 김득의 대표는 '노조추천 이사제'의 단계적 도입을 주문했다. 그는 "1주=1표가 아닌 1주마다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도입도 시급하다"며 "지주사 회장의 황제경영을 막기 위해선 3연임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BNK금융지주가 대표이사 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했고, 이런 제도가 업계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낙하산 인사, 지주사 회장의 사외이사 돌려막기 등의 관행을 깰 수 있도록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수년 전 발생한 카드사 신용정보유출 사고 때 개인별 10만원의 손해액이 인정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액수가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 완성(3년)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극히 일부 고객만 보상 받았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배상제가 필요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김득의 대표는 "재계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집단소송제 등과 관련법 개정이 올해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불발된다 해도 내년 총선을 맞아 각 당에 정책을 제안해 반드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슬로건을 '금융 권력의 약탈과 횡포에 맞서는 서민들의 희망'으로 정했다"며 "올해는 크게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한 축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다른 한 축으로 삼아 연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이력
=1967년 8월 22일 부산 출생
=부산고-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6~2005년 흥국생명 입사, 대출 업무·설계사 교육, 노조 수석부위원장
=2008년~현재 론스타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
=2013~2016년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
=2017년~현재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