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처를 동유럽까지 확대하는 증권사가 많아졌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동유럽 부동산 경기가 서유럽보다 덜 안정적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얼마 전 LB자산운용과 손잡고 체코 프라하 상업단지에 들어선 사무용 빌딩을 3250억원에 매입했다. 하나금융투자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도 같은 곳에 뛰어들었다. 프라하에 위치한 빌딩을 현지 자산운용사인 화이트스타리얼에스테이트와 함께 2100억원에 샀다. KTB투자증권은 35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빌딩에 투자했다.
◆기관투자자도 해외 부동산에 큰 관심
증권사가 사들인 해외 부동산은 다시 우리 기관투자자에 되팔 수 있다. 이러는 과정에서 주관 수수료 수입도 생긴다. 물론 직접 가지고 있다가 임대소득이나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한다.
요즘 증권사가 동유럽 투자를 늘린 이유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한 재매각에 있다. 기관투자자 다수가 동유럽 투자에 적극적이다. 중소 증권사까지 펀드로 수천억원대 돈을 모아 빌딩을 살 수 있는 것도 이런 수요 덕분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수익률 부진을 대체투자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2018년 해외투자 비중을 전년 대비 7%포인트가량 많은 47%로 늘렸다.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도 이런 비중이 30~40%대에 이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40%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브렉시트 걸린 영국보다는 동유럽
애초 주요 증권사는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했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빠져나가는 브렉시트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반면 요즘에는 이런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국이 브렉시트 해법을 못 찾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도 금리 부담이 줄었지만, 투자처를 곧장 미국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유럽은 미국이나 영국에 쏠렸던 투자처를 다변화해주고 있다. 수익률 면에서도 동유럽은 연 8%대로 4~5%대인 미국이나 서유럽을 크게 앞선다. 물론 안정성을 더 낮추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수익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즉, 이렇게 비교하면 동유럽은 중위험·중수익 투자처인 셈이다.
우리나라 금리가 유럽보다 높은 편이라 환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 다만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을 되사줄 기관투자자를 제때 못 잡으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성훈 신한금융투자 해외대체투자팀장은 "기관투자자는 요즘 해외 인프라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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