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리의 ‘운수 좋은 날’…“잊지 못할 생애 첫 알바트로스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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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서귀포) 기자
입력 2019-04-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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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유명한 소설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꾼인 김첨지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그날따라 승객이 많아 돈을 두둑이 번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에 아내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꼬집었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늘 같이 다닌다.

골프는 인생에 많이 비유되곤 한다. 한 라운드 18홀을 도는 동안 희노애락을 느끼는 인생의 여정과 비슷해서다. 4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전우리에게는 ‘운수 좋은 날’이었다.
 

[생애 첫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전우리의 18번 홀 티샷 전 모습. 사진=KLPGA 제공 ]


전우리는 대회 첫날 전반에 6타를 까먹고, 후반 17번 홀까지 무려 9타를 잃었다. 버디도 이글도 없었다. 마지막 444m의 18번 홀(파5). 전우리는 티샷으로 229m를 보냈다. 남은 거리 215m. 3번 우드를 잡은 전우리는 힘차게 두 번째 샷을 시도했다. 제주의 바람을 가른 이 공은 그대로 홀컵에 빨려들어갔다.

알바트로스. 한 홀의 기준 타수보다 3개가 적은 타수로 홀인하는 것으로, KLPGA 투어 역사상 네 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엄청난 행운의 샷이다. 전우리는 투어 역대 5호 알바트로스의 주인공이었다.

KLPGA 투어에서는 박성자(1995년‧88‧제일모직로즈 여자오픈), 배윤주(1995년‧뉴서울‧삼성카드배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 오미선(2001년‧오크벨리‧한솔 레이디스오픈) 이후 17년 만에 넬리 코다(미국‧2018년‧한화 클래식)가 알바트로스를 기록했고, 다시 8개월 만에 전우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투어 프로들도 경험하기 힘든 생애 첫 알바트로스를 달성한 전우리는 이토록 ‘운수 좋은 날’ 제주에서 주말을 보낼 수 없게 됐다. 첫날 6오버파 78타를 적어낸데 이어 둘째 날 2라운드에서도 2오버파 74타를 쳐 중간합계 8오버파 152타로 공동 84위에 그쳤다. 상위 60위까지인 컷 통과 기준을 넘지 못했다.

전우리는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나서 세컨드 지점에서 들어가는 것은 못 봤는데, 주위에서 핀으로 갔다고 하고 박수 치시는 분들도 있어서 붙었다고만 생각했다”며 “그런데 가보니 들어갔더라. 엄청 놀랐다”고 감격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전우리는 “어제 공도 안 맞고,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우울했는데 마지막 홀에서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생애 첫 알바트로스이기 때문에 잊지 못하는 라운드가 될 것 같다”면서 “컷 탈락을 할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또 알바트로스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애써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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