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PB(자체브랜드)전문점 ‘노브랜드(No Brand)’가 가맹사업의 닻을 올리자마자 지역상인회 등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브랜드의 가맹사업은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해 더이상 직영점 진출이 용이하지 않아 시작한 이마트 나름의 복안이다.
그러나 노브랜드가 들어설 지역상인회 등에서는 이같은 가맹사업은 “골목상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이마트의 고심은 깊은 상황이다.
7일 이마트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이르면 23일께 경기도 군포시에 가맹 1호점인 군포 산본역점을 열 계획이다.
이마트는 2016년 첫 노브랜드 매장을 연 이후 줄곧 직영 체재로만 운영해 왔으며 가맹점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11㎡(약 64평) 규모의 노브랜드 산본역점은 개인이 아니라 법인(헤세드리테일)이 운영할 예정으로,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산본역점을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울산, 창원 등에서 추가로 가맹점을 낼 예정이다. 창원 용원동에 들어설 268.8㎡ 규모의 진해용원점은 이달 26일이 영업개시예정일이다.
노브랜드는 정용진 부회장이 캐나다의 이마트로 불리는 ‘노네임’을 벤치마킹해 2015년 선보인 자체브랜드(PB) 매장이다.
‘노브랜드=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란 공식이 통하면서 노브랜드의 주요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2016년 7개에 불과했던 매장이 지난해 말 180여개로 빠르게 순증했다.
성장세에도 불구, 이마트는 직영점인 노브랜드가 유통산업발전법상 규제 대상인 준대규모점포에 속해 지자체의 출점 허가를 받아야 하고 격주 의무휴업 대상이라 더이상 직영으로만 운영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었다.
이런 와중에 자영업자들의 창업 문의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2월 가맹점 진출을 선언하고 경영주를 본격 모집해왔다. 가맹점으로 전환하게 되면 별다른 출점제한이 없어 점포 순증이 용이하다.
산본역점을 시작으로 노브랜드 가맹점이 늘게 되면, 대형마트 업황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이마트로선 새로운 캐시카우를 얻는 셈이 된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9% 감소한 462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47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 줄었다.
하지만 노브랜드 가맹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지역 상인회 등의 반발 여론이 심상찮다.
당장 노브랜드 산본역점 오픈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와 전통시장(산본시장·군포역전시장) 상인회 등은 지난 4일 집단 투쟁을 예고했다.
산본중심상가 일대에 ‘골목상권 침해하는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 결사반대’란 현수막을 내걸었고 지난 5일에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며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인회 측은 “신선식품과 공산품 등을 모두 취급하는 노브랜드가 들어서면 인근의 슈퍼마켓, 편의점, 정육점, 야채가게 등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이마트를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마트의 노브랜드 가맹사업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일부 전통시장에서 상인회와 공조해 운영 중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적극 확대하는 등 지역상인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자체 상품이 70% 이상으로, 기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과 상품구성에 차이가 큰 하드 디스카운트(hard discount) 스토어”라면서 “지역 상인회가 직접 운영하는 노브랜드 등 다양한 상생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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