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 개발, 중소 제조업 등 단기간 집중 근로가 필요해 탄력근로가 절실한 업종은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확정되지 않아 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얼마나,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신규 채용, 인건비 인상 등을 주저하고 있다.
노동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 일자리 불안에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법안 처리 지연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기업, 노동자 경제 주체들이 위축되는 등 노동 현장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시행에 따른 보완책으로 나온 탄력근로제는 이미 노사 합의로 단위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반면 여당의 6개월 확대 주장에, 야당은 1년 확대로 맞서고 있다.
탄력근로제란 주 평균 근로 52시간 내에서 근무량에 따라 많을 때는 초과 근무를,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유연근무제도 중 하나다.
단기간 프로젝트가 집중되는 IT 업계나 특정 기간 내 물량이 집중되는 제조업처럼 업종별로 주 52시간을 전제로 근로시간을 조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상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최대 3개월로 정해져 있다 보니 업종에 따라 탄력 근로를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주 52시간제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업종별 상관없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주 52시간제가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데다 준비 기간이 9개월여 남지 않은 IT 업계나 중소 제조업 등은 탄력근로제 확대가 절실한 입장이다.
IT 업계의 경우 업무 특성상 최단 기간 내 집중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단기간 집중근무가 필요할 때 주 52시간제를 지키려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개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인건비도 부담이다.
고용난을 겪고 있는 중소 제조업계 또한 주 52시간제에 따른 대체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임금은 오르는 반면 노동시간이 줄어 생산성까지 낮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에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3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제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최소 50인 미만 영세사업장만이라도 탄력근로제를 최대 1년으로 확대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최저임금 심의 지연, 내년 최저임금 수준 가늠하기 힘들어
구간과 금액을 나눠 결정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의 최저임금 심의가 미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개편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현행 방식대로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심의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심의가 늦어질수록 사업주로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 가늠할 수 없어 신규나 추가 채용 등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워진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무산돼 기존 제도로 최저임금을 정하게 될 경우 또다시 심의 적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따라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고, 노·사 그리고 공익위원이 구간 내 인상 수준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8000원 하한선, 9000원 상한선 등으로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그 안에서 인상 수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매년 8월 5일, 늦어도 8월 말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 공포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기간이 최대 100일(3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개편안보다 현행 제도로 심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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