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 D-3 간디의 '기본소득제' 표심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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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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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선거 개시 앞두고 모디 총리 연임 여부 주목

  • 간디 총재 '정부 심판론'에 '기본소득제' 파격 공약

  • 유럽 등지서 인간 기본생활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

  • 과한 포퓰리즘 지적도...도덕적 해이·재원마련 숙제

오는 11일 개시되는 인도 총선거는 세계 최대 규모다. 등록 유권자만 9억명으로 투표소만 100만개에 달한다. 투표가 한달 반 동안 진행되는 이유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연임 여부다.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과의 공습을 계기로 '안보'를 앞세워 막판 민심 잡기에 나섰다. 경제정책 실패로 떨어졌던 지지율도 회복중이다.

모디 총리의 강력한 적수는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총재다. 정치 명문가 출신인 간디 총재는 BJP를 둘러싼 부패 스캔들과 경제 정책 실패 등을 선거 유세에 활용하고 있다. 농가 부채 감면·여성 일자리 할당제 등 친(親)서민 정책도 강조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기본소득제'다. 

◆"빈곤층 월 10만원 보장"...파격 공약 꺼낸 간디

간디 총재는 인도 수도 뉴델리 등 전국의 유세 현장에서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에 월 6000루피(약 10만원)를 일괄 지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조건부 기본소득제다. 국가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극빈계층이 여전히 많은 만큼 기본소득을 보장해 가난을 없애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본소득제란 국가가 수급 자격이나 조건 없이 무조건 국민에게 정기적인 최저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가 국민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서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핀란드는 지난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실업수당 수혜자 중 무작위로 선정한 2000명을 대상으로 매달 560유로(약 72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이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실험자들의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10점 중 6.8점으로 대조군(6.3)보다 높았다.

또 재정과 구직활동 등 개인생활에서의 자신감도 5점 중 3.2점 수준을 나타냈다. 대조군은 2.9 수준이었다. 나이와 성별, 교육 수준 등과 상관없이 정신적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제의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기본소득 대상자를 확대할지 여부는 검토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빈곤층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이탈리아도 기본소득제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오는 5월부터 매월 최대 1300유로를 지급한다. 네덜란드, 스위스, 그리스 등 대다수 유럽 국가가 기본 소득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 준비 중이다. 유럽 외에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도 기본 소득제를 논의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천은 최근 보도를 통해 "최근 들어 기본소득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2020년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후보 앤드류 양을 비롯해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도 보편적 복지로서 기본소득제를 거론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아쌈 주 보카핫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서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총재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인구수 세계 2위' 지급기준 불분명...재원 마련도 문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세수를 확대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납세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위험이 크다. 이른바 '공짜돈'이라는 생각이 근로 의욕을 꺾어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대표적 포퓰리즘(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한 정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인도의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일단 기본소득을 받게 될 대상을 줄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도의 인구는 약 13억700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INC의 주장대로 하위 20% 수준에 해당하는 2억5000만명을 추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극빈곤층은 세금도 내지 않는다. 소득 수준을 분명하게 구분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원 마련도 문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도는 추가 세수보다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0~45%로 추산되는 국영기업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INC는 물론이고 BJP도 매각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다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인도의 경우 지역·계층별 소득불평등이 심화해 시장의 힘만으로는 교정이 힘든 상황까지 왔다"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실제로 구현하기에는 현실적 장애물이 많으므로 일부 지역에서 시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 현지언론인 퍼스트포스트는 "단기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는 부적합한 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와 간디 총재의 운명을 가를 인도 총선은 4월 11일에 시작된다. 이후 4월 18일과 23일, 29일, 5월 6일, 5월 12과 19일 등 7차례에 걸쳐 인도 전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는 5월 23일 공개될 예정이다. 선출되는 총리의 임기는 향후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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