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그간 행보를 보면 △천안함 폭침 9주기에 대구 로봇산업 보고회와 칠성시장 방문 △연일 대남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북한 대외 선전 매체에 대한 '꿀 먹은 벙어리'식 대응 △문 대통령의 F-35A 전력화 행사 참석 미결정 △강원 산불 진화에 나선 주한미군에 대한 문 대통령의 모르쇠 등 의심을 확신으로 키우는 행보를 자초하고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강원 산불의 피해 현황을 보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피해지역에서는 축구장 740개 면적에 달하는 산림 530ha가 잿더미로 변했고, 주택도 478채나 불에 탔다. 대피소를 나갔던 이재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등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재민 수도 800여 명으로 늘었다.
초기 산불 진화에 헬기 62대 인력 1만3700여명이 투입됐다. 특히 주한미군도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4대의 UHM-60(블랙호크) 헬기와 미 2사단 2전투항공여단 소속 조종사와 승무원 9명 등이 산불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한미동맹 공들이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미국 정부로부터 공로훈장(Legion of Merit)을 받았다. 공로훈장은 미 정부가 외국군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격의 훈장이다. 수여식을 주관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정 장관을 "최고의 파트너"라며 치켜세웠다.
미국 의회에서도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이 한창이다.
미국 상·하원이 오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상원에서는 제임스 랭크퍼드(공화당·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이, 하원에서는 톰 수오지(민주당·뉴욕) 하원의원이 각각 결의안을 발의한다.
건조한 날씨에 태풍급 강풍이 몰아치는 최악의 상황에서 일어난 산불을 조기에 끄고 피해를 최소화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칭찬하는 평가가 높다.
그러나 강원 지역의 산불 조기 진화를 위해서는 북한과도 협의를 마다 않는다라는 '발 빠른' 문재인 정부의 '당연한' 선택이, 단단한 한·미동맹의 결속 보여주겠다라며 나선 주한미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미동맹 전문가들은 쓴소리 일색이다.
"청와대의 집단지성이 최면에 빠진 것 같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고맙다 말 한마디면 되는 걸 북한이 싫어하는 것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땅히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역시 이같이 전제하며 "안 하는지 못 하는지 모르겠지만, 주한미군이 동맹의 의지를 과시했으면 표현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산불 진화에 주한미군의 도움이 컸다'라는 말을 했으면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오해가 없도록 F-35A전력화 행사에도 참석해 군을 격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늦었다면 정상회담에서라도 언급해야."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이같이 주장하며 "청와대에서 신경을 못 썼다라고 해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오는 1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이 없다면 한미동맹 균열 자초에 대한 비난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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