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한민국 5G와 ‘트리플 악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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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9-04-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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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3회전 반 바퀴를 도는 ‘트리플 악셀’은 지금도 피겨스케이팅에서 궁극의 기술로 통한다. 마지막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의 착지 과정에서 삐끗하며 감점을 당한 선수의 모습이 TV화면에 비치면, 지켜보는 이들은 본인이 넘어진 마냥 탄식이 터져 나온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10대 초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일본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주니어 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며 매 올림픽마다 우승 후보로 떠올랐던 신동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김연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사다 마오는 끝까지 고난도의 트리플 악셀 점프를 구사하다 실패해 김연아에게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내주고 만다.

우리나라가 지난 3일 오후 11시에 5G(세대)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보다 불과 2시간 빨랐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정부와 통신사는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글로벌 경쟁을 펼쳤다. 1996년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 1998년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이어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세 번째 문을 연 것이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4G(LTE)보다 20배 빠른 5G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통신시장 경쟁과 정부의 모니터링이 지금과 같아선 곤란하다.

이통사들은 벌써부터 5G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불법보조금을 뿌리고, 허위 홍보를 하며 출혈경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통사의 이같은 행태를 정부가 넋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단순히 정부가 ‘때리고 보자’식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통사가 ‘일단 맞고 보자’는 게 반복된다면 세계 최고의 5G 생태계는 조성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 행사에서 “세계는 이미 5G 조기 상용화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면서 “우리가 한걸음 앞섰을 뿐이다. 이제는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를 위해선 궁극의 기술을 마스터하는 것도 좋지만, 굳은 신념이 함께 해야 한다. 김연아가 역대 최고의 피겨 스케이터로 불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잘 안다. 실력에 피나는 노력이 동반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흔들리지 않는 꾸준한 기술력으로 5G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 세계 최초 5G를 갖추고도 4차 산업혁명에서 뒤졌다는 오명을 남겨선 안 된다.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 중소기업 모두가 어우러져 ‘대한민국 5G 전략’을 추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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