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은행(IB) 및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9일 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15억 달러(1조 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본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들어간다. 글로벌 본드는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
LG화학은 이를 그린본드 형태로 발행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Green) 투자에만 사용 가능하다. 발행액은 역대 최대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이 기록한 6억 달러(6800억원)를 두 배 이상 웃돈다.
흥행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매긴 LG화학의 신용등급은 'A-'다. 이는 10개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일곱 번째 수준이다. 국내에서 이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AA-)가 유일하다. 높은 신용도를 갖췄지만 금리는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뭉칫돈이 몰릴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경쟁사들도 배터리 케파(Capacity·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채권 시장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까지 미국 조지아에 9.8GWh 규모 전기차용 배터리공장을 세운다. 이를 위해 16억7000만 달러(1조90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총 생산 규모를 60GWh(시간당 기가와트)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에도 같은 목적에서 채권 5억 달러(약 5556억원)치를 발행한 바 있다.
삼성SDI도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전체 매출액 가운데 약 15%를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 비중을 내년 30%까지 확대키로 했다. 중국 시안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등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배터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조(兆) 단위 투자 등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서도 실적이 좋은 국내 배터리사들은 흥행이 담보되는 채권 발행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