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영 중인 영화 ‘돈’에서 증권사 신입직원 조일현(류준역 분)이 불공정 주식거래를 조사하는 금융감독원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 분)에게 하는 대사다. 금감원 검사역들은 강제 수사권한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조일현은 한지철에게 이 같은 말을 못하게 된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가 이르면 이달 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국회 법사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 소속 직원 10명 이내로 특사경을 구성하기로 법무부와 검찰, 금감원과 합의했다. 금융위는 이달 안에 특사경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추천 명단을 4월 중 법사위에 다시 보고한다.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범죄가 갈수록 첨단화되고 지능화되는 상황에서 금감원 권한은 자료제출 요구와 문답조사 등 임의조사에 그치고 있고, 그마저도 당사자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조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었다.
또 검찰에 이첩할 때까지 1년 이상이 걸려 증거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자본시장 범죄 기소율은 2014년 85.4%에서 지난해 68%로 17%가량 하락했다.
김충우 금감원 조사기획국장은 “최근 증권범죄는 IT(정보기술) 기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점차 지능화되고 있고, 추적도 더 어려워지고 있어 강제조사 없이는 혐의 입증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국장은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증권범죄 중 시세조종과 사기 부정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게 된다”며 “범죄 발생 즉시 실효적인 조사로 증거 확보가 용이해지고, 당사자가 범죄수익을 은닉하기 전에 증거를 보전해 범죄수익 추징 등의 부차적인 효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특사경 지명과 관련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사경은 통신사실 조회, 압수수색 등 경찰과 같은 수사권을 부여받게 되는데, 공무원이 아닌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사법경찰권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감원 특사경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 중형이 선고되는 자본시장법상 주요 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오·남용에 따른 우려가 크다.
현재는 금융위원장만 특사경을 추천할 수 있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금감원장도 특사경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감독 대상인 금감원의 권한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는 만큼 특사경 추천을 놓고 잡음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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