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참여했던 조 회장의 세 자녀(장남 조원태, 장녀 조현아, 차녀 조현민)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직을 유지 중이고, 여론도 비교적 호의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진그룹의 대표 격인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어 적임자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지분 문제와 상속세, 각종 소송 등은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승계 논의 본격화, 주요 사안 산적··· 컨트롤타워 필요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이 이날 조 회장의 별세로 수장을 잃으면서 내부적으로 승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만으로 봐서는 조 회장의 세 자녀에게 모두 승계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대주주이자 진에어(60.00%), 칼호텔네트워크(100%), 한진(22.19%) 등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2019년 4월 기준) 조 회장이 지분 17.84%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조원태·조현아·조현민 세 자녀가 각각 지분 2.34%와 2.31%, 2.30%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누가 물려받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지분을 조 사장이 다수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 계열사 중 조 사장이 맡고 있는 대한항공이 최근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부친과 함께 경영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말 조 회장의 미국 요양 출국 이후 올해 시무식 등 그룹 주요 행사를 전면에 나서 챙겨왔다. 그는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잇따른 갑질 문제로 그룹에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준 만큼 당장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조현민 전 전무는 미국 국적자인 만큼 경영일선에 나서는 데 부담이 있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항공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거나 항공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면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 등 형제들이 잇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 일선에 조기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영 일선에 홀로 남은 조 사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속세 등 과제··· IATA 회사 장악력 확대 분수령
다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분 상속 및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상속세와 지분 이양 등 숙제를 풀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타계로 시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속세율을 50%로 가정할 때(상속세율 단순 적용),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03%이고, KCGI 및 국민연금의 합산지분은 20.81%여서 단순 계산으로도 조 사장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룹 수장으로서 조 사장의 또 다른 과제는 장악력 확대다. 최근 갑질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인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총수 일가에 대한 대내적 신뢰도 자체가 떨어진 상태다. 조 사장이 이를 일신하고 회사를 다시 안정화시키면 마음이 떠난 주주들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분수령은 조 회장의 장례식이 마무리되고, 처음으로 찾아오는 대형 행사인 IATA 서울총회가 될 확률이 높다. 오는 6월 대한항공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로 조 사장이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본지 기자와 만나 "IATA 총회 주관 등을 계기로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를 만들어 주주 가치 창출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조 회장 타계로 조현아 전 부사장과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총수 일가의 재판도 미뤄질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과 이 이사장의 첫 재판은 오는 16일 오후 4시 30분 인천지법 316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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