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난민출신이 데이비드 쩐이 설립한 후이퐁 푸드의 스리라차 소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제품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녹색 뚜껑에 닭 그림이 그려진 스리라차는 최근 몇년간 미국 식품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부자의 소스를 가난한 이들의 가격에 판다"는 원칙을 내건 후이퐁 푸드는 1979년에 설립됐다. 회사 이름은 보트피플이었던 쩐이 미국으로 타고 온 배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후 그는 미국에 있는 아시아 식당들을 대상으로 핫소스를 만들어 팔았다. 제품에 있는 닭 표시는 쩐이 닭띠인 데서 유래했다.
태국 스리라차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소스는 예전에는 아시아 식당에서만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도미노피자, 피자헛, 맥도날드, 버거킹, 서브웨이, 타코벨등 글로벌 식품 프랜차이즈들도 도입한 소스다.
지나치게 뜨거운 인기 탓일까? 후이퐁 푸드는 최근 몇년간 몇 개의 소송전에 시달렸다. 지난 2014년에는 제조공장이 있는 캘리포니아 어윈데일 주민들이 공장에서 나오는 고추향 때문에 눈과 목이 따갑고 두통이 생겼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후이퐁이 환기조치 등 조정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오는 29일 배심원 재판이 열리는 소송전은 재료공급업체와 후이퐁 간의 갈등으로 생긴 것이다. 소송을 먼저 시작한 곳은 후이퐁이다. 후이퐁은 30년간 재료를 공급했던 언더우드가 초과지불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먼저 소송을 했다. 한편 언더우드는 후이퐁이 종업원 해고를 종용하는 등 계약 사항을 위반했다면서 맞소송을 진행했다. 결국 수십년에 걸친 두 업체의 협력 관계는 끝이 났고, 언더우드는 자체적으로 만든 스리라차 소스를 생산해냈다.
후이퐁 푸드가 만드는 스리라차에 도전장을 낸 곳은 언더우드뿐만이 아니다. 태국 업체인 타이테파로스도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최근 보도했다. 타이테파로스가 만드는 스리라차 소스의 이름은 스리라자 판닛(Sriraja Panich)이다. 미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는 잘 알려진 제품이다. 태국에서 온 스리라자 판닛이 과연 미국화된 스리라차 소스의 독점을 깰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뿐만아니라 타바스코를 비롯해, 프랭크 레드 핫, 하인즈 등 글로벌 식품업체들도 각자 개별적인 스리라차 소스를 선보이고 있다. 보통의 기업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후이퐁 푸드 창립자 쩐은 다르다. 오히려 반긴다. 쩐은 지금도 자신의 회사는 너무 바쁘다며 타업체의 진출을 독려했다. "어차피 우리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물건을 많이 만들지 못한다. 다른 업체들이 들어와서 같이 소비자를 위해 일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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