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실험인가 새로운 대안인가…美에서 日까지 MMT 논쟁 '후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기자
입력 2019-04-09 15:2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정부가 돈을 찍어내 경제문제 해결해야"

  • 미국 민주당 좌파정치인들 중심으로 확산

  • 주류 정치학자들 "정부 재정건전성 해쳐"

"정부여, 돈이 없다면 돈을 찍어라"

비주류 경제학 이론인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y Theory)이 미국에 이어 일본도 달구고 있다. MMT는 정부의 재정적자를 '악'으로 보는 기존 경제학 통념에 정면으로 맞선다. 이들은 재정적자에 도덕적 옳고그름 혹은 질적인 가치를 입히는 것에 반대한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얼마든지 재정적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MMT "균형재정 집착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 

때문에 MMT는 재정적자 팽창을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정부가 완전고용과 유휴설비 가동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돈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은 활용되지 못한 자원을 동원해 생산을 늘리기 것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세금 인상으로 돈을 거둬들여 경기과열을 막는다는 게 MMT의 해결책이다. 이 이론은 균형재정에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막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물론 MMT가 가능한 이유는 미국이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달러로 빚을 지는 동시에 달러를 찍어내기도 한다. 때문에 MMT 추종자들은 미국 정부가 돈을 더 만들어내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파산할 위험은 없다고 주장한다. 

수십년 전에 등장했던 MMT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된 배경에는 미국 민주당 진보 정치인들이 있다. 민주당 스타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이 대표적이다.

환경친화적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및 기술로 100%전환한다는 이른바 '그린 뉴딜'을 주요 공약을 내세운 코르테즈는 재원 마련을 위한 MMT 도입을 주장했다.

정부가 나서서 투자와 고용을 주도하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는 당연히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린 뉴딜을 위해 필요한 예상은 6조6000억달러(약 7451조원)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 1년 GDP를 넘어서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주자로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MMT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같이 MMT 이론의 적용이 가능한 국가들은 정부가 자국통화로 빚을 지는 것이 가능한 선진국에 한정된다. 

◆아베노믹스는 MMT 성공사례?…향후 논의 더 활발해질 수도 

국제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을 보유한 일본에서 최근 MMT 논쟁이 나온 이유도 이때문이다. 지난 4일 참의회 결산위원회에서 니시다 쇼지 자민당 의원은 MMT를 언급했다.

니시다 의원은 "재정을 충분히 동원하지 않는 긴축재정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조장해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국통화로 돈을 필요한 만큼 발행해도 일본은 절대로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재정지출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대표적 MMT 지지자이자 2016년 버니 샌더스 대선캠프 경제수석 경력이 있는 스테파니 켈턴 스토니브룩대 경제학 교수는 일본의 사례가 MMT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은 현재 GDP대비 국가부채가 240%가 넘지만 물가상승률이 2%에 못미치고 장기금리도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국가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년물 장기국채 금리가 3%로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 적자가 크게 늘어도 정부는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표면적으로는 불필요한 지출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MMT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2012년 내가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원형인 대담한 금융완화를 주장했을 당시에 그렇게 하면 국채가격이 내려가고 엔화가치도 폭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엔화도 폭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사히 신문은 "아베 정부는 정부의 재정 개혁보다는 경제 발전에 초점을 뒀다"며 "총리는 아베노믹스와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MMT에 명백히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니시다 의원도 참석한 가운데 소비세 인상반대론자인 후지이 사토시 전 내각관방참여와 2시간여에 걸쳐 식사를 하면서 MMT에 관해 토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일본 재무부와 일본은행은 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은 "재정규율을 완화하는 건 극히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을 MMT 이론의 실험장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재무성 출신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재정적자 규모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주장이다. 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주류경제학자들은 MMT 이론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나친 화폐 발행은 인플레이션과 시장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MMT가 재정과 통화정책의 상충관계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재정적자가 늘면 물가상승이 따라오고, 연준은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