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불가능해 보이는 연구만 파는 이유

뿌린만큼 거두려는 것이 투자의 기본 심리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독이 된다.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연구 위주로 지원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 및 국가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실패해도 상관 없으니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과제에 중점 지원하는 이유다.

10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2013년부터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180개, 소재기술 분야 160개, ICT 분야 177개 등 517개의 연구과제에 총 6667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기초과학 16개, 소재기술 11개, ICT 분야 17개로 연구비 617억을 투입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3개 연구 분야에서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그룹이 출자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삼성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공익재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단 연구결과를 삼성이 빼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공익재단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어떤 형태든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이는 삼성 그룹에서 출자하고 개발된 기술이 애플·구글 등 경쟁사에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재단 설립 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초과학 부분은 재단으로 떼어내서 100% 공익사업으로 추진하고 나머지 응용기술은 센터로 편제해서 우선매수협상권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며 "지금까지 삼성이 연구 과제 기술을 빼간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 음두찬 상무는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연구과제 대해 당연히 활용하고 싶겠지만 아직 사업적으로 활용한 연구는 없다"며 "대부분 원천기술, 기초기술이라서 바로 회사 제품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10일 서울 중구 삼성 기자실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애신 기자] 

재단이 과제를 선정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독창성이다. 기존 기술과 완전히 차별화된 개념을 제시하느냐를 중점으로 본다. 위험성이 높을수록 파급력은 높은 '하이 리스크, 하이 임팩트'가 관건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과제와는 결이 다르다. 정부 과제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결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김성근 이사장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가 중요한데 재단 연구들을 돌이켜보면 신기하고 재밌는 내용이 많다"며 "이런 내용을 정부 과제로 지원받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창성과 더불어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능과 성능을 구현하는지(혁신성), 그리고 신시장 및 신산업 창출 가능성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정도(임팩트)도 심사 기준이다.

과제 심사에는 국내 심사위원 2400명과 해외 심사위원 600여명 등 총 3000명의 인력풀(POOL)이 운영된다. 과제 선정은 절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수의 과제가 채택되거나 모두 미채택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음두찬 상무는 "당초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목표가 10년에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것이다"며 "진행 상황이 이 정도 됐으면 8500억원 정도 써야 하는데 절대평가를 하다보니 아직 이를 채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학문적 파급 효과가 크고 글로벌 리딩이 기대되는 과제나 원천 지식재산(IP)을 확보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유망한 과제에 대해선 후속연구도 지원한다. 실제 기초과학 7건(157억원), 소재기술 14건(245억원), 정보통신기술(ICT) 13건(110억원) 등 총 34건 연구에 513억원이 지원됐다.

교수 등 연구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성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도 준다. 재단은 2015년부터 교수들이 특허 출원을 원할 경우 특허 변리사 사무소를 통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500여건, 해외 130여건의 특허가 각각 출원돼 있다.

우수 특허 확보나 연구방향 정립을 위한 교류회, 사업화 연계 지원 등도 이뤄진다. 전문가들 간에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애뉴얼 포럼'과 '글로벌 리서치 심포지엄'을 통해 정례적인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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