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여유자금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민간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여유자금은 세수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4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0조9000억원)에 비해 1조6000억원 줄어든 수치로, 200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순자금 운용은 가계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이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소비의 완만한 증가세로 순자금 운용 규모가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민간최종소비지출액은 867조원으로 전년(832조2000억원) 대비 34조8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거용건물 건설투자액은 108조3000억원으로 전년(107조3000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증가율은 2012년(-0.4%) 이후 최소다.
9·13 부동산안정대책 등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신규주택 매입 축소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1년 전(2017년)에는 신규 주택 매입 때문에 가계 여윳돈이 줄었다"며 "전년과 비교하면 지난해에는 주택 수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55조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득세, 법인세수가 나란히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세수 호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 상태로 통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적자 규모가 8조원 가까이 줄었다.
기업의 순자금 조달도 늘었다. 작년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은 39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순자금 조달 규모는 2012년(50조4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조달 규모는 188조1000억원, 운용 규모는 148조3000억원 이었다.
순자금 조달은 자금 조달에서 자금 운용을 뺀 값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예금 등으로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에 순자금 운용 주체지만, 기업은 가계 등이 공급한 자금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순자금 조달 상태다.
한편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부문법인의 금융자산은 8017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6조7000억원 늘었다. 금융부채는 283조5000억원 늘어난 5401조5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1789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4%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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