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급한 불 끄려고...브렉시트 또 연기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10일(현지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브렉시트를 6개월간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6월 30일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밝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EU의 제안을 수용했다. 각각 1년까지, 6월까지 연기하기를 원했던 EU와 영국 정부가 한 발씩 양보한 셈이다.
당초 브렉시트는 3월 29일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높아지자 EU는 정상회의를 통해 4월 1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했다. 이번 결정에도 노딜 브렉시트만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EU 측은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수정할 수는 없지만 합의안과 함께 마련했던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수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상태다. 브렉시트는 10월까지 미뤄놨지만 그 전이라도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비준동의 절차를 끝내면 브렉시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메이 총리도 최대한 빨리 EU 탈퇴를 준비하겠다고 응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브렉시트 연기 요청에 대해 집권 보수당 내의 비판이 나오면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가 연기된 기간이 당초 영국 정부가 제시했던 기간보다 넉 달 늘어난 데 대해 의회 내 브렉시트 강경파의 반발이 나오는 만큼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탈하는 국가가 투표를?"...유럽의회 선거 논란
브렉시트가 두 번이나 연기되면서 5월 23~26일 예정돼 있는 유럽의회 선거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년에 한 번씩 직접선거를 통해 구성하는 유럽의회는 EU 입법 기관이다. 유럽의회는 EU 예산과 EU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EC) 감독권을 갖는다. EC 집행위원의 임명과 해임이 가능한 핵심 기관 중 하나다.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부는 7월부터 향후 5년간 EU의 권력을 쥐게 된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10월까지 연장됨에 따라 EU 이탈을 준비하고 있는 영국도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EU를 떠나기 전까지는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선거 참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EU를 탈퇴하려는 국가가 차기 유럽 지도부와 EU 예산 결정에 관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석수도 문제다. 당초 2014년 선거 때만 해도 선출되는 의원 수는 751명이었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 의사에 따라 영국이 갖고 있는 73석 중 27석이 14개국에 분배될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선거에 참가하면 이 14석의 주인을 찾는 데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유럽의회 의석이 기존 74석에서 79석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던 만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선거가 브렉시트와 맞물려 있는 데다 반(反)난민 문제 등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운 극우 정당들의 부상으로 반(反)EU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어서 유럽의회는 물론 향후 EU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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