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대, 나도 강남 빌딩 가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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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9-04-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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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나도 피카소 그림을 살 수 있다: 여현덕·이해환 지음

강남 고층 빌딩 숲을 지나다가 ‘이런 건물 하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는 근로소득과 부동산임대소득 간의 격차가 매년 벌어지는 현 상황을 반영한다. 부동산은 공급이 한정된 대표적인 재화다. 유명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피카소의 그림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채울 수 없다. 그러나 IT 기술의 진보는 누구나 강남 고층 빌딩을 소유하도록 이끈다.

그 주인공은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에 은행이나 플랫폼 기업 등 중간 역할자가 독점하던 데이터를 이용자들이 나눠서 보유할 수 있다. 이른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다.

‘나도 피카소 그림을 살 수 있다(스토리아일랜드, 여현덕·이해환 공저)’는 블록체인의 원리를 적용하면 욕망이 억제되지 않고 도리어 발현한다고 강조한다. 중앙화 시대의 욕망은 누군가에 의해 억압된다. 탈중앙화는 욕망의 분할을 의미한다.
 

['나도 피카소 그림을 살 수 있다' 표지]

17세기 스페인 천재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이 영국 예술가 이브 수스만(Eve Sussman)에 의해 ‘89초 분할’이라는 이름으로 재창조된 사례는 디지털 경제 시대의 분할을 잘 나타낸 사례다. 작품을 200개 단위의 디지털 조각으로 나눠서 20명에게 판매했다. 예술작품들이 소더비 같은 곳에서 경매될 때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자본을 독점한 사람만 가질 수 있었던 작품을 일반적인 다수가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작품이 분할 판매되면 작가에게도 긍정적이다. 소유권 개념이 혁신을 거듭하면 예술품 매매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부동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소유권의 분할방식으로 부동산 거래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 서울이나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빌딩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자금 회전 속도가 빨라지고 유동성이 커져 자산의 가치는 높아진다.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은 부동산업의 일대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공유경제와 맞닿아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와 소유권 분할, 데이터 주권 재인식 등은 공유경제를 성숙시킨다. 저자는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가 무르익는다고 강조한다.

다른 관련 서적과 달리 이 책은 블록체인을 인문학, 경영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인간의 소유 욕망과 자유의지에 대한 탐색 등 인간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블록체인의 원리와 가치, 신뢰와 권력 등을 살펴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블록체인 기술이 왜 각광을 받고 있는지, 블록체인이 바꿀 미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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