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전 잘하면 4-0으로 이길 것 같은데….”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린 13일 울산 동천체육관 라커룸에서 만난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의 자신감은 변함이 없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를 제압한 뒤 인천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4전 전승으로 이기길 바란다”고 말한 이후 이야기다.
유 감독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유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 베테랑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통산 10번째다. 프로농구 역대 최초다. 6차례 챔피언결정전 챔피언에 올랐고, 4차례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현대모비스는 올 시즌 정규시즌을 제패하고 5번째 통합우승을 노린다.
이 정도면 감이 온다. 유 감독은 수가 많아 ‘만수’로 불린다. 정규시즌을 통해 전자랜드의 전력을 파악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5승 1패로 압도적이다. 유일한 패배도 연장 접전 끝에 내줬다. 유 감독은 ‘시리즈 4-0으로 정말 이길 것 같나’라는 질문에 “1, 2차전 이기면 그럴 것 같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유 감독이 자신하는 이유는 전력 파악의 ‘디테일’이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세심하게 알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전자랜드는 역대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주축 선수들도 젊다. 챔피언결정전 무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4강과 6강이 더 긴장됐다. 도전자 입장이라 챔피언결정전은 오히려 떨리지 않는다”며 “여기까지 올라온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선수들이라는 의미다”라고 냉정하게 임했다.
유 감독이 먼저 웃었다. 현대모비스가 접전 끝에 98-95로 전자랜드를 꺾고 1차전을 챙겼다. 4전 전승을 장담한 현대모비스였지만, 승리까지는 쉽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95-95로 동점인 경기 종료 6.6초를 남기고 양동근의 극적인 3점 위닝샷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현대모비스가 주도권을 잡고 앞서 나가면 전자랜드가 꾸준히 쫓는 경기 양상이었다. 1쿼터를 28-20으로 앞선 현대모비스는 2쿼터 전자랜드의 추격을 허용해 전반을 51-46으로 앞섰다. 후반은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현대모비스는 3쿼터 초반 13점 차까지 달아났으나 4쿼터 시작과 함께 전자랜드 강상재에게 3점포를 얻어맞고 70-72로 첫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역전과 동점을 거듭한 양 팀의 승부는 마지막 1분 30초를 남기고 결정 났다. 현대모비스는 이대성의 연속 3점슛과 라건아의 외곽슛으로 95-89, 6점 차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남은 시간은 1분 27초. 전자랜드의 뒷심이 매서웠다. 종료 29초 전 강상재의 극적인 동점 3점슛이 터지면서 95-95, 승부는 원점이 됐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에는 베테랑 승부사 양동근이 있었다. 양동근은 종료 6.6초 전 함지훈의 패스를 받아 왼쪽 사이드에서 3점슛을 림에 꽂았다. 승부를 결정짓는 위닝샷이었다. 유재학 감독도 두 팔을 번쩍 들어 승리를 확신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현대모비스는 2014~2015시즌 이후 4년 만에 통합우승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반면 전자랜드는 프로 출범 이후 2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의 역사적 첫 승 기회를 놓쳤다. 현대모비스는 역대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 68.2%(15/22회)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유재학 감독의 ‘4전 전승’ 예언도 첫 단추를 채웠다.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15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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