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수혜를 받는 현장의 중소기업계에서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도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보여주기식 기준 조정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업승계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접근은 22년째 이런 식으로 지속됐다. 부의 대물림이 아닌 대(代)를 잇는 장수기업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총 8건이 대표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3명과 자유한국당 4명의 의원이 각각 3건, 5건을 발의했다. 골자는 엄격한 사전‧사후 요건 완화다. 기획재정부 역시 올해 초부터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완화된 개편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도와야 한다는 논의가 재점화된 데 대해 중소기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에선 가업승계 이슈가 ‘부의 대물림’이 아닌, 대를 잇는 '기업의 존속'이라는 점이 강조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정권마다 가업승계의 중요성이 인정돼 요건이 완화돼 왔지만, 국민의 반응이 여전히 냉랭한 건 이러한 공감대 형성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우려하는 ‘금수저’와 ‘승계’는 다르다. 반기업정서를 탈피하지 못하면 가업승계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1997년 도입된 가업상속공제는 당시 15년 이상 된 중소기업을 상속하면 1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다. 2008년에는 10년‧30억원이 됐고, 이후 공제 한도액은 꾸준히 확대돼 300억원까지 높아졌다. 2014년엔 대상기업에 매출액 3000억원 이하 중견기업을 포함했고, 공제 금액도 500억원이 됐다. 이번엔 ‘10년 유지’ 등의 기준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파주에서 40년 동안 인쇄‧출판업을 해온 전문기업의 2세 경영인 A씨는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바라보고 인식하는 게 안타깝다”며 “주요 선진국은 이러한 편견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장수 명문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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